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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온기를 나눌 관계를 찾을 것

월동준비 step 3.

by 손두란

겨울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이토록 추운 겨울에는 멈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다면 다음 할 일은 나를 도울 사람을 찾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잘 보내려면 누군가로부터 생존을 위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날밤을 새며 혼자서 고집스럽고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시절은 물 건너갔음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갈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나이 마흔에 늙어 죽을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나, 심리적 사망이 걱정된다. 젊음이 사그라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마다 비교와 평가와 경쟁의 속내가 묻어난다. 각자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인생의 진리인 듯 조언하고 설득하느라 바쁘다. 그렇게 한다고 이 겨울을 혼자만 비켜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신은 따뜻한 온실에 두고 타인은 추운 바깥으로 내쫓아 선을 긋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 들어 누가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이나 잔소리를 하면 그게 그렇게도 듣기가 싫다. 예전에는 그저 "예, 예"하며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겼는데 요즘은 나이가 먹어 그런지 듣고 넘기기가 쉽지 않다. 후배고 선배고 없이 조언이 오간다. 이 나이가 원래 그런 나이인 건지, 이 나이가 되니 이제 그런 말들이 듣기 싫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말은 이제 듣기 싫다는 말이 입 밖으로 바로 튀어나간다. 조언을 하는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단지 조언이 싫을 뿐이다. 이 나이쯤 됐으면 서로를 좀 있는 그대로 보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라저래라 해봤자 이미 성격이나 습관을 바꾸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결단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모를까 남이 쉽게 던지는 조언 한마디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사람과의 나빠질 관계 정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상대방의 생각이나 계획을 물어봐주고 그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것만큼 힘이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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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글로 옮기는 사람, 교류분석(TA)이라는 틀로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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