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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두부 Jul 16. 2024

식물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지-

농사와 교육의 공통점

  "교육적 교류분석에서 교육자의 역할은 산파 또는 농부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p.20


  내가 공부하는 교류분석 이론에서의 '교육적 교류분석'은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적 측면을 심리학적 틀로 설명한다. 나와 남편은 사범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다. 우리는 교양수업으로 심리학과 수업을 같이 듣기도 하였고, 남편이 군대에 갔을 때에는 나 혼자 철학과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남편은 지금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보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다.


  인간에 대한 철학이 없이 인간을 가르친다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서로가 힘든 일이 된다. '교육적 교류분석'이라는 책에서 Giles Garrow와 Trudi Newton은 교육자의 역할을 농부에 비유한다.  


  "정원사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화초가 잘 자라서 꽃이 활짝 피게 되는 것이다. 정원사는 화초에게 자기의 뜻을 강요하지 않으며 화초 본래의 특성대로 잘 성장하게 할 뿐이다. 이것은 학생이 어떤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교육자는 절대로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또 모든 유기체는 건강하게 자기를 관리할 수 있고, 우리 모두는 깊은 지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21


  책을 읽고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렇지, 식물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지!"라고 말한다.


잡초를 뽑을 때면 잡생각도 함께 우두둑 뽑혀 나간다-


  친정의 치유놀이터에는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잠시 가두어 둔 물놀이장이 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놀러  개구리도 잡고 물총놀이도 하며 즐겁게 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저기에 토란을 심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친정 엄마에게 물놀이장 곁에 토란을 심어달라고 부탁하였고, 나는 친정에  때마다 토란에게 물을 주며 잡초를 뽑아주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물가에 토란을 심으면 좋겠다는 교육적 아이디어를 낸 것은 나였지만, 그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물을 주는 것과 잡초를 뽑아주는 것 밖에 없었다. 언제 얼마만큼 자랄 것인지, 어떤 모양으로 자랄 것인지는 토란의 일이었다. 토란 잎에다 잔소리를 해대도 소용이 없다. 토란은 묵묵히 자신의 시간표대로 성장할 것이다. 다만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우리의 노력 덕분에 더 건강하고 튼실하게 자랄 것이다.


페트병에 구멍을 뚫어 빗줄기를 만들고 토란 잎에 물방울이 굴러내리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있는 놀이-


  우리는 재미있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가진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직업적으로 교사이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든, 직장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든 우리는 모두 교육자이다. 통제하고 성과를 기대하는 것 대신, 학습이 일어나기 이전 단계에서의 통찰과 창작이 우리를 춤추게 할 것이다. 씨앗에서부터 깊은 지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교류분석의 철학인 'I'm OK, You're OK'와도 같다. 우리가 돌보는 자녀와 학생 그리고 성인학습자들을 긍정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교류분석이 좋다.


  농사를 짓는 일처럼 육아와 교육, 관리 또한 우리가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관리자로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임을 이해하기를-, 모든 것이 나의 능력과 무능력의 결과가 아닐 수 있음을 수용한다면 우리의 어깨가 좀 더 가벼워 질 것이다.


  나는 흙과 토양, 대지를 부모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육자가 할 일은 비옥한 토양이 되는 것이다. 나무와 열매가 할 일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묵묵히 기다려주자. 우리가 할 일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많은 유기체들과 공존하고 환경과의 연결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적 교류분석 : 이론과 실천에 따른 국제적 안내서, Edited by Giles Garrow와 Trudi Newton, 송희자 외 옮김, 아카데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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