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 경기에서 6:1로 지고 있던 팀을 응원하던 아이가 경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기 팀에 던진 말이다. 1학년,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아이의 입에서 어떻게 저런 명언이 터져 나올까. 포기하지 말 것, 끝까지 싸울 것.
스포츠맨십(sportsmanshi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정당당'페어플레이(Fair play)'와 '결과에 대한 인정'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패배는 아프지만 멋진 경기를 함께 만들어 준 상대(팀)에감사하며 승리를 축하해 주는 넉넉함, 이것이 참 고수라 생각했다. 그런데, 질 것 같은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태도, 불굴의 정신이 더 강하고 고차원적인 스포츠맨십임을 알았다. 아이에게서 어른이 배운다.
언제부터 인가 아들의 꿈은 로봇 박사에서 축구 선수로 바뀌었다. 한국을 프랑스, 영국, 스페인 팀과 같은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축구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객관적으로 아들의 꿈을 뭉갤 수는 없는 법, 어차피 아이들의 꿈은 상수가 아닌 변수인 지라 큰 의미 없이 받아들인다.
방과 후 풋살 수업에서 모인 아이들이 토요일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풋살 대회에 참여했다. 6개의 학교가 참여하는 연례행사를 축복하듯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하루 종일 놀기 딱 좋은 날씨다. 엄마 아빠는 그저 야외 활동을 즐길 마음만 챙겼다.각 학교 별로 A팀과 B팀, 두 팀으로 나누어 출장한다.풋살 유니폼까지 맞춰 입은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그래서일까? 예상외로 쪼꼬미들의 풋살 경기 관전 경험은밀도와 농도가 진하다. 하루 종일 5~6 경기를 뛰는 녀석들을 응원해야 하는 부모들의 체력 고갈을 뛰어넘을 만큼 경기 틈틈이 들리고 보이는 장면들이 찐 감동이다. 풋살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처음 알았다.선생님은 여기저기 분주하게 대회를 챙기는 와중에도 아이들의 경기가 끝날 때면 혜성처럼 등장해서 동그랗게 어깨동무 원을 그린 후 격려의 구호를 외쳐 마무리하신다. 승패와 상관없는 장면에 뭉클하다.
리그전이라 다른 학교의 팀을 모두 상대한 후, 마지막으로 아들 학교 A팀과 B팀의 경기다. 같은 학교 아이들이자 같은 선생님의 제자들.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학부모들은 한데 섞여서 모두를 응원한다. 아슬아슬하게 2:1로 패하여 떨어진 B팀을 다독이기 위해 선생님이 아이들을다 불러 모은다. A팀과 B팀이 한 데 섞여 동그랗게 어깨동무 원이 되었다.
"얘들아, 우리는 한 팀이야! 알았지?"
순위 전에서 떨어진 B팀의 기를 북돋아 패자들도승리의 물결위로 올려 태워주려는 선생님의 마음,그또한 가슴 찡한명장면이다.
대회 전, 선생님께서 올려주셨던 기도 제목은 큰 울림이었다.
"아이들이 선한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하시고 서로가화합하고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며 승리의 목적이 온전히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시간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필드에서나 밖에서나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섬기는 예수 제자의 모습을 실천하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우리 친구들의 모습이 다른 학교 팀 친구들에게 복음의 향기로 전해지게 하소서."
경쟁에 치여 사는 아이들, 어차피 앞으로도 많이 겪게 될 순위 매김을 굳이 오늘 할 필요는 없다.땀 흘리며 신나게 풋살장을 누빈 경험만이 스포츠맨십과 따스함으로 포장되어 기억 속에 남겨졌으리라 믿는다. 우승만큼 값진 페어플레이상, 학교 전시관에 트로피들과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진정한 승리의빛깔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