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시절, 도서관은 엄마와 아들의 놀이터였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아들은 엄마 손을꼭 잡고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넘나 들었다.많은 것을 할 수 없었던 꼬꼬마 시절,도서관은 많은 경험을 열어 준 공간이었다.간식도 먹고, 실외 널찍한 공간에서 킥보드도 타고, 각종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여러 경험 뭉치들을 안겨준고마운곳이다.
코로나를 지나던 시절에도 마스크를 쓰고함께 도서관을 자주 방문했다. 그 시절 가장 많은시간을 할애했던 것은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였다.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더욱 열심을 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어 그림책은 내 마음속의 추억이 되었다. 유아실 바깥에서 나란히 앉아 묵독을 하고 있는 모자를 볼 때면 난 언제쯤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을까를 상상하곤 했다. 이제, 어느덧 꿈꾸던 그 '언제쯤' 안에 들어와 있다. 여유롭게 책상에 나란히 앉아 나는 내 책을, 아이는 아이책을 읽는다. 혼자서 책을 찾고혼자서 책을 읽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갈 만큼 훌쩍 성장했다.
오랜만에 아들과 단둘이 집 앞 도서관을 방문했다. 깜짝 놀랄 프로그램과 마주쳤다.
"우와, 엄마 책이 왜 여기 있죠? 난 엄마 책으로 필사 다했는데!"
성인을 대상으로 그림책 필사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게시되어 있다. 아들과의 시간이 녹아있는 그 도서관에서, 추억 속 영어 그림책을 엮어 출간한 필사책이, 선물처럼 마음에 도착하여 설렘을 안겨준다.
"엄마, 기분이 좋아요."
"왜 기분이 좋아?"
"엄마가 유명해졌다는 거잖아요."
"엄마가 유명해지면 뭐가 좋은데?"
"유명한 사람과 살고 있는 게 좋은 거죠."
푸하하. 유명해진 건 아니지만 아들에게 뭔가 자랑거리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출판사 편집장님께도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다. 기분 좋은 피드백이 돌아온다.
"중쇄 찍은 3종 세트도 내일 보내드릴게요!"
3권의 책이 중쇄를 찍었다. 그중 영어 그림책 필사도 포함이다. 유아의 시절을 함께 지내온 아들과의 추억이 이렇게 빛나는 선물로 돌아오니 감개무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