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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l E May 26. 2021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

더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당신의 노동환경은 안녕하십니까?”



2016년 구의역 김군,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2019년 수원 건설노동자 김태규씨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며 우리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노동자의 일하는 환경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습니다.

저희는 본 글을 통해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네 분의 안타까운 사고를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에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며 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데 힘을 더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아픔을 따라서”


   

구의역 김군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김군은 스크린도어 오작동을 수리하다 전동차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였던 열아홉살의 김군,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요?   


    서울메트로는 종합관제소에서 스크린도어 정보를 수집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경우 이를 기관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스크린도어 열림 등 이상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기관사에게 비상 상황을 알릴 수 없었습니다.    
    서울 메트로의 승강장안전문 장애처리 절차매뉴얼 속 첫번째 처리단계인 ‘하청업체 2인 1조 출동 지시’ 부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의 책임 회피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단계식 하청구조는 부실한 안전관리, 투입자본과 인원 감축을 가져왔습니다.     
    안전성에 대한 평가나 고려 없이 위험가득한 외주화로 인해 스크린도어의 유지 및 보수 부분까지 외주화되었습니다.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관계를 맺었고, 이는 원청과 하청의 소통을 회피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고장신고 접수 뒤 1시간 이내 출동완료’, ‘고장 처리 24시간 이내 미처리시 지연배상금 부과’등의 무리한 조건이 붙어있는 용역계약서는 노동자의 숨통을 죄었습니다.   
비정규직과 취업약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통해 사람 목숨보다 자본이 앞서는 이 사회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을 보여준 구의역 김군사고. 이 사고를 통해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비슷한 이유들로 비슷한 사고들을 또다시 마주하며 아파해야만 했습니다.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2017년 11월 9일, 제주 구좌읍 생수 제조업체에서 이민호군은 고장난 기계의 문제를 확인하고자 적재기에 다가갔다가 적재기 프레스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었던 18살의 이민호군, 일주일 정도 일을 배운 그는 공장 직원이나 관리자, 그리고 부실한 기계 주변의 안전벽 없이 홀로 일을 하고, 무리한 착취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할 청소년이었던 그는, 장시간 노동과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보호조치 없이 노동하도록 강요받았던 그의 죽음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노동 재해에 있어서 ‘1:29:300’ 법칙이라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습니다. 1920년대 미국 여행보험사의 직원 하버트 하인리히는 당시 약 5000여건의 노동 재해를 분석하다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관련된 소형사고가 29회 발생, 이 소형사고 이전엔 같은 원인의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


이 법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섣불리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교훈으로 노동 재해 예방 분야에 적용되고있습니다. 

이민호군은 사망사고에 앞서 두 차례의 노동 재해를 경험했습니다. 두 재해 모두 미끄러져 발생한 사고였으며, 포장 기계가 멈춰 조치를 하고 나오던 중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원인들은 명확했지만, 관련 책임자 그 누구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도록 근본적인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1년 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동환경에 대한 변화는 제자리걸음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2018년 12월 10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한 채 혼자 작업을 하던 김용균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그의 죽음은 ’설비 점검 시 2인 1조 안전수칙 위반’ ‘위험의 외주화’와 ‘원, 하청의 책임 회피 속 하청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낳은 비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2, 제3의 김용균을 막기위해 김용균 법이 탄생하였습니다. 즉, ‘위험의 외주화’방지를 비롯해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중에 있습니다. 작업장 안전과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일터는 변하지 않고, 사용자 단체의 요구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후퇴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이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일터의 안전을 지켜주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탄생하였으며, 현재 보완중에 있습니다. 



     수원 건설노동자 김태규씨 

  

2019년 4월 10일, 수원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한 지 3일째 되던 하청 노동자 김태규씨는 5층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그가 탄 엘리베이터는 사람 탑승이 금지되어 있었고, 규정과는 달리 건물 바깥을 향해 문이 열린 상태로 작동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층작업에 필요한 안전대와 안전망은 없었고, 회사 측에서도  안전모와 안전화, 안전벨트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안전 관리 전무, 화물용 엘리베이터 불법 탑승, 화물용 엘리베이터 출입구 개방 운행.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이자 너무나도 기본적인 안전수칙이었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우리는 또다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김태규씨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용직,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취약하며, 이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미흡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사람이 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의 현실.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보다 기업의 이익과 자본이 앞서있는 현실.

엄연한 살인임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현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와같이 아픈 현실들을 마주하며 살아가야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의 죽음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살아갈 세상의 주인공은 우리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목소리내지 않는 이상, 우리도 언젠가 김군, 이민호군, 김용균노동자, 김태규노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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