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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l E May 30. 2021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며”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님

 건설노동의 현 주소를 세상에 외침에 있어 힘을 보태고자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저희 Wall E팀이 만난 첫 번째 이해관계자(단체)는 바로 건설노조입니다.


건설노동자의 곁에서 힘을 더하고, 건설현장에서 나타나는 안전사고의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에 대해 뜨겁게 고민하시는 건설노조의 강한수 노동안전 보건 위원회 위원장님과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지 함께 만나볼까요?





1. 건설 노조와 위원장님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한수입니다. 건설업은 크게 3가지 하위 분야로 나뉘는데요, 도로 등 사회 간접 자본을 건설하는 토목사업(SOC 사업), 생산설비 혹은 공장을 만드는 플랜트 사업과 사업 시설, 거주 시설 등을 만드는 건축 사업이 그 3가지 분류입니다. 건설산업연맹에는 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건설기업노조 3개의 노조가 있습니다. 그 중 건설노조는 그 중에 건축/토목 사업의 안전과 복리후생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며, 플랜트건설노조는 플랜트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건설 노조는 크게 임금과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두 가지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제반의 활동을 합니다. 임금 체불, 산재 처리, 고용 지원 등 노동자 개인의 문제 해결부터, 법적 체제 정비 등 거시적인 개선 방안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건설 노조에서 저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서 건설현장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건설 현장에서 나타나는 안전 사고의 원인 분석과 그에 대한 해결 방안 수립, 그리고 ‘건설안전특별법’과 같은 법 제도의 제정/개정을 위한 제반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2. “건설 안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하신다는 것에 매우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법제 정비를 위해 노력하시는 것이 인상 깊은데요.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담고 있지 못한,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안전한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해 제정되어야 하는 법안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약 3000만명이면 건설 노동자는 약 200만명으로 10%가 채 되지 않는 숫자이지만, 실제 작업중 사망사고에서 건설현장 노동자의 비율은 절반 이상입니다. 그만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죠.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도 안전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국가인데요. 현 정부에서도 건설현장의 안전 사망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표하였지만, 여전히 그 수와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해결되지 않는 건설 현장의 안전 사고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을 분석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이는 크게 두가지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건설 참여 주체들의 역할과 책임 명시입니다. 건설업은 발주를 통해 원청이 사업을 맡아 이를 전문건설업체들에게 하청을 주는 프로세스로 대부분의 사업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시행사나 발주처는 책임을 지지 않고 하청을 받는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이 그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발주처와 시행사가 함께 그 책임을 지지 않는 이러한 구조는 결국 책임 소재의 모호로 이어져서 적법한 처벌과 그에 따른 안전 사고 방지 대책 수립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건설 사업의 이득은 원청과 시행사가 가져가고 책임은 밑의 하도급 업체들이 지게 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하여 건설 사업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명시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책임과 역할을 규명하는 것만이 건설의 특성에 맞는 안전 사고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건설 현장별로 적절한 공사 비용/기간의 설정입니다. 기존 건설업계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 비용/기간의 최소화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도 건설 단계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빨리 일을 하게 만드는 풍조는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현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습은 간이 안전 구조물의 설치, 적절한 인력 배치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 등을 생략하여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업별로 적합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확보하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안전하고 확실한 공사 현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건설의 특성을 반영한 법제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 개인이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도록, 모두가 그것을 나누며 적합한 공사 기간/비용의 설정으로 사고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 버리는 제도입니다. 위 법제가 확립되어야 건설 사업도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어 안전한 노동 현장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3. 건설안전 특별법을 들어보니 하루빨리 법의 제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두 법안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 안전 특별법과 일정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서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법안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하여 건설안전특별법의 강점은 바로 기존의 법들이 담지 못한, 건설업의 안전 문제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책임 소재의 모호와 지나친 공사 기간/비용의 단축 문제를 인식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초에 통과가 되고 나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가운데 조율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안전 사고 발생 시 처벌과 처벌 주체 등 몇가지 부분에 대해서 중복되는 부분들에 대해 논의하고 수정하여 함께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담고 있지 못한 발주처/시행사에 대한 의무와 책임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현장 3년 적용유예가 아닌 전체현장 일괄적용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4. 산재피해를 막기위해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 조치들이 그렇게 효과적이기 않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현장에서 추락사와 같은 재해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왜 계속해서 건설 현장에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일까요?


건설 현장에서 산재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됨에도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적절한 공사 기간과 공사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업 시행 프로세스 안에 하도급 업체들은 입찰을 위해 최저가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더 많은 업체들이 그 과정안에 포함되어 있을 때 심해집니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는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그날 해야 할 일정도 최대한 빡빡하게 책정이 되어 있는데, 현장에서는 안전을 사수하는 것보다 일정이 어긋나는 것을 더 기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많은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한 건설 간이 구조물은 설치하는데 관련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여 그대로 지출이 됩니다. 건물의 층수가 올라갈수록 구조물을 설치하고 해체했다가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원하는 사업자가 보기에는 필요 이상의 지출로 보이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 간이 구조물 설치를 준수하지 않는 현장도 생기고, 빠듯한 일정을 지키는 것이 구조물 설치를 우선하게 되어 안전 사고 발생의 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으로 하여금 건설 현장마다 적절한 공사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인 가격의 최소화는 사업장들로 하여금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실제로 관급 공사에서는 공사 원청들이 참여하는 입찰에서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하여 적절한 금액으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청이 하도급업체에게 입찰을 할 때에는 이것을 적용시키지 않아 결국 하청 가운데 최저가 입찰이 계속되어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고 있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관급에서 책정한 적정 공사 금액을 하청업체까지 그대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법적 장치로서 안전이 현장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5. 사람마다 ‘안전하다’는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안전한 건설현장’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대체로 건설 현장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일정 부분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늘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외국의 통계를 보면 건설 현장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건설 현장이 위험하다고 보는게 적절합니다.

안전은 사전적으로는 위험 요소 자체가 아예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저는 ‘안전한 건설현장’이라는 이 정의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건설현장’은 현장의 위험 요소를 예견하여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순서를 그대로 지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본을 철저히 지키자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 기본만 지키면 되는데 우리 나라는 그걸 하지 않습니다. 안전 사고가 나도 원청이나 발주사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아래의 하청업체들만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불법 하도급 구조를 뿌리 뽑는 동시에 모든 건설 사업의 참여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든 참여 주체들이 건설 현장의 안전 사수를 위해 노력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6. 마지막으로 “건설 안전” 이라는 주제의 이해관계자로서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죽고 다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저가 입찰을 통한 비용과 시간의 빡빡함이 안전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사고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불법 하도급 프로세스로 인한 책임의 소재의 모호는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저는 시민들도 이러한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함께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분들도 건설현장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설 현장의 안전 사수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시고, 나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저희 노조를 지지해주시고 건설 안전 특별법 제정에도 관심과 힘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설 현장의 안전 사수를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아주시고, 나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발췌 중-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 속 촘촘히 연결되어있는 존재이기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언제든 우리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연결의 힘으로 안전하지 못한 지금의 건설 현장의 문제를 느끼고, 함께 공론화하며 ‘건설 노동 현장의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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