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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Jun 15. 2021

이제는 지지 않는 엄마

엄마의 자리찾기

딸이 고2무렵 사춘기가 지날 때가 되었고 눈빛도 예전의  그것은 아니라는게 느껴지는데도 자기 기분이 나쁘면 말을 함부로 하고 종 부리듯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투가 여전했다.


고마워하지 않는것은 물론이고 자기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어야 한다고 믿는것인지 요구하는것도 많았다.

아이와 있으면 불안하고 내가 엄마인데도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었다.


작은 아이가 보고 있는데 그 아이 마저도 보고 배울까 걱정이 되기도 하던 나날들...


어느날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화장품을 사달라고 했고 이것 저것 사달라고 하는것에 지친 나는  뭘 그렇게 자주 사냐며 말을 꺼냈다가 말싸움에 말려들고 말았다.' 또 시작이구나!' 얼른 자리를 피하며 "됐다!말을 말아야지!"한마디를 던졌는데 그것을 들은 아이는 득달같이 내가 피한 안방으로 밀고 들어왔다.


뭐가 됐는데? 말을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지라며 살기등등한 눈빛을 해가지고서는 방으로 와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것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구나 싶어서 아이를 밀면서 뭐하는거냐고 버릇없이 그랬더니만 자기도 나를 미는것이 아닌가?


생각치도 못한 행동에 거의 나동그라지듯 우스운꼴이 되어버린 나...

남편은 바깥에서 작은 아이가 이 싸움의 두려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느라 여념이 없었기에 방 안에서의 일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패륜아도 아니고 부모를 미냐고 했더니 부모는 밀어도 되고 자식은 밀면 안되냐면서 아이는 오히려 당당했고 자신의 잘못조차도 알지 못하는듯 했다.


바깥으로 나와서 남편에게 말을 하니 남편도 기가 막혔지만 자기가 직접 보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에게 그제사 뭐라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기 친구에게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떠들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상황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다 큰 아이를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태 사춘기라고 아이가 안좋은 아이들과 어울려서 나쁜행동이라도 할까봐 노심초사 하며 질질 끌려다닌것이

습관화되서 자신이 상전이 되어버린 아이...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는 맞고사는 엄마가 될 수도 있을것 같았다.

남편과 상의끝에 큰 결심을 했다. 


자기 몸은 지킬 수 있는 생각정도는 있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일 짐싸서 나가라 고시원비는 20살될 때 까지는 내주겠다. 학교 다닐거면 차비는 내줄거고 나머지것은 니가 알아서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는 어..이게 아닌데..이런 반응이 나오면 안되는데 ..했을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집에 안온다고 할까봐 어떻게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곤 했는데 나가라고 하다니 말이다.


아이는 울고 불고 소리지르고 난리를 피우며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불사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발악을 했다.


두려운 마음이 왜 들지 않았겠는가?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중동적인데..


하지만 이대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도 자신이 왕노릇 하면 편할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경계가 없다는것이 마냥 편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한것이다.


아이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척 하면서 남편과 나는 아이의 방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날 밤을 보냈다.


날이 밝았고 아이는 아무말 없이 학교에 갔다. 오후가 되자 카톡이 울렸다.

"내가 어떻게 하면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네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아이는 저녁때 아빠오면 그 때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그 날 저녁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했고 우리는 진지하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부모를 이기려 드느냐고 아이는 자기도 모르겠다면서 자꾸 화가난다고 했다. 엄마만 보면 더 그런다고...

아이는 그 날 이후로 한 풀 꺾였다.


이후로 나는 코칭도 받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모두 동원해서 아이를 바로잡는데 주력했다.


처음 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했다. '부탁할때는 공손하게 하는거야 그렇게 당연한 듯이 말한다면 들어주지 않을거야" 부터 말이다.


내 아이인데도 가슴이 떨리고 두려움이 들었다. 이 말 한마디 했다가 또 뒤집어지고 말싸움에 휘말려서 소리지르고 기운 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말하고 더이상 부가적인 말을 붙이지 않으니 붏편한것이 싫어서 말을 조심하기 시작했고 그럴 때 잊지 않고 칭찬을 해주었더니 조금씩 자기가 해야할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밥먹고 식탁을 닦는 일, 먹은것들을 치우는 일, 자기의 방을 조금씩 치워가고 완전한 부탁조는 아니지만 버릇없이 말하지 않았고 자기가 놀러 나갔다가 올 때는 자기가 알아서 오는것도 점점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이는 왜 이렇게 자기를 힘들게 하냐면서 울기도 했고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와 협상을 해가며 사과도 해가며 보내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데 자신이 받지 못한것이 서럽고 분하고 흔쾌히 들어주지 않는 엄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게 말을 하지 않았던것이리라.


좋게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을것이고 짜증내고 화를 내야만 엄마가 들어줄것이라고 그래야만 자기의 뜻이 관철된다고 믿었을것이다.


지금은 20살이 된 나의 큰 딸.

어릴 적 애착형성이 잘 되지 않은 우리 아이는 아직도 사랑받고 싶어하고 작은 아이에게 질투하는것이 느껴진다.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아이에게 절대적인지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엄마의 자리를 잃어버린 분들은 담대한 마음을 장착하고 하나씩 바꿔나가보길 권한다.

사이사이 칭찬과 아이의 욕구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것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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