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즐기는 뜻밖의 홈카페
햇살이 거실로 왔다 나간 그림자를 보니 정오가 한참 지난 모양이다.
배속에서 꼬르륵~소리가 들리는데도 힘 풀린 눈꺼풀은 아래위 서로 마주 보고 자꾸 인사를 해댄다.
세상은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하루에는 두 번의 6시가 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다.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결코 배울 수 없다. 누구든 일단 성공하자고 하고 건강하고자 한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서 해를 맞이하고 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해를 보지 않고 얻은 모든 재물과 성공은 언젠가 어느 날 바람처럼 사그라 진다.
<생각의 비밀 중에서>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
<돈의 속성>, <김밥 파는 CEO>등의 저자 이기도 한 김승호 대표님의 또 다른 저서 <생각의 비밀>에 나온 내용이다.
세상을 지배? 까지 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건강은 지키자며 우리도 6시를 두 번 만나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언제부턴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몸에 배어 새벽잠이 많아진 나를 깨우는 일로 남편의 하루가 시작된다.
"못 일어나면 흔들어서라도 깨우고, 그래도 안 되면... 그래도 물총은 쏘지 마~!"
일찍 깨우는 그 일을 남편은 은근히 즐기?는 듯하다.
몇 차례 흔들어 깨우다가 물총 세례? 까지 받은 다음에야 겨우 눈을 뜨고 따라나서긴 했지만 요 며칠간 몸이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약수터까지 산을 오르곤 했었는데,
그렇잖아도 좋은 습관을 멀리하고 게으름을 피웠던 스스로에게 죄책감마저 일던 차에 이 글귀를 만난 것이다.
맞다. 해는 생명의 근원이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고 행운을 불러올 수 있다는 그 말.
"카톡!"
"지금 문 밖에 나가 봐~."
뜻밖에 딸아이가 보낸 톡을 보고 얼른 나가봤다.
이런게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안 그래도 배고프고 졸리던 차에 눈이 번쩍 뜨인다.
"혼자서 맘껏 즐겨 홈카페! 사진 찍어서 보내고~ 아, 그리고 영수증 가격 다 지불한 거 아님."
제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너무 잘 아는 딸아이는 지레 선을 긋는다.
'집에도 커피 있는데 이런 걸 배달까지 시키냐?...' 등등. 구시렁댈 게 뻔하다 싶었던지 묻지도 않은 설명부터 늘어놓는다.
쿠폰을 사용했든, 할인을 받았든, 돈을 다 지불했든 그런 이유를 막론하고 솔직히 오늘은 그저 반가웠다.
그래도 주부의 마음으로 가성비를 따져보니 속이 조금 쓰리긴 했자만 딸의 마음씀이 고마워 잘 먹겠다고 사진과 함께 답을 했다.
요즘은 포장도 감성적이고 아주 예쁘다.
식탁에 차려 놓고, 음악이 빠질 수 없으니 라디오를 켜고.... 이런 분위기라면 카페와 다를 게 없네~.
보내 준 커피 사진을 본 딸에게서 쪼르르 카톡이 왔다.
"엄마, 크림 따로 담아 준 것 커피에 섞었어?"
"아주 잘 섞었지. 왜?'
"그거 아인슈페너라는 메뉴인데 커피랑 섞기 전에 크림을 올려 먹는 거야.
그 집 시그니처라 일부러 그걸로 주문했는데... 섞지 말라고 카톡 했잖아~!"
아인슈페너? 아인슈타인? 비슷한데 커피 이름이라니.. 아인슈페너라기에 음악가 아니면 과학자인 줄.
'진즉 알려줬어야지.'
혹시라도 나처럼 생소해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고 간단히 정리해본다.
아인슈페너 (Einspänner)?
국어사전에는 '휘핑크림을 만년설처럼 얹은 커피'라고 적혀있다.
비엔나커피의 또 다른 이름인 아인슈페너는 독일어로 'Ein - 하나, Spänner - 말고삐' 즉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를 뜻하며,
마부들이 많았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이름을 따서 비엔나커피라고 불렸단다.
마차에서 내리기 힘들었던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한 손에는 고삐를 들고 한 손에는 피곤을 풀기 위해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진한 커피를 마신 것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아인슈페너 더 맛있게 즐기는 3가지 방법>.
다음엔 나도 이 방법대로 먹어봐야겠다
1. 컵에 입을 대고 입술로 크림을 막은 후 커피 먼저 한 모금, 크림을 한 모금 마신다.
2. 컵에 입을 대고 입술로 크림을 막은 후 커피 먼저 한 모금 마시고 수저로 크림만 살짝 떠서 먹는다.
3. 빨대를 크림과 커피의 경계선에 놓고 커피와 크림을 동시에 마신다.
'아~~ 비엔나커피였구나~' 그건 좀 아는데...
이제는 카페 어디서라도 '아인슈페너로 주세요~'라고 자신 있게 주문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아메리카노만 먹는데 딸은 그게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하긴 나도 우리 엄마한테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것들을 이것저것 챙겨드렸었다.
"세상에~ 이런 것들도 있었네." 신기한 듯 좋아라 했던 엄마 생각이 난다.
이렇게 뜬금없는 대목에서도 불쑥 찾아오는 그리운 존재가 엄마라는 이름인가 보다.
'바스크 치즈케이크' 계산서에 보니 내가 먹은 케이크 이름이다.
이름은 몰랐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이 치즈맛과 어우러져 고급지다.
책을 읽다 무심히 케이크 한쪽 먹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만 남았다.
의식을 하고 보니 비로소 약간 느끼함과 함께 속이 쓰리다. 아무래도 평소에 먹던 아메리카노보다 샷이 추가돼 카페인 농도가 진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졸음도 멀리 도망가고 꼬르륵거리던 배도 진정되었으니 뭔가를 해야겠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딸이 주는 뜻밖의 선물은 이 세상에 딸을 가진 엄마의 행복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이 세상의 아들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주변의 경우, 딸 가진 엄마들은 받는 챙김(?)을 아들 가진 엄마들은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듯하다.
아마도 아들은 자신들과 다른 성별인 엄마의 감성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일상 속 집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 뜻밖의 선물!
진한 크림이 가득한 아인슈페너 한 잔,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에 세상을 전부 가진 기분이다.
"땡큐~!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