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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빈 Feb 09. 2022

내 글과 남 글

내 글을 쓰기 위해 남 글을 써야만 했던 이유.

내 글쓰기의 역사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된다. 그 당시, 에미넴과 나스, 투팍, CB MASS를 들으며 래퍼의 꿈을 차츰 키워나갈 때였다. 그 당시 늘 가지고 다니던 줄 공책에 랩 가사를 빼곡하게 적곤 했는데, 그게 내 창의적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그때 이후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일기 형식으로 자주 썼던 것이 지금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점진적 성장을 이어가 운율과 메타포를 더한 내 글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줄곧 인정받아왔다. 고로 자만했고, 내 창의성을 과신했다. 그렇게 성적과 타협하며 지방대에 입학했고, 자연스레 꿈도 바뀌며 시험기간 외에는 텍스트를 등한시했다. 그 무렵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기세 좋게 작가 신청했으나, 보기 좋게 낙방했다. 탈락 시 보내주는 메일에 담긴 "안타깝습니다."라는 말이 왠지 내 자만심을 향한 코멘트인 것만 같아 심기일전을 위해 브런치 작가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읽을수록 내가 가진 묘사력과 문장력은 단지 무딘 칼날, 솜방망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와 동시에 번뇌가 찾아왔다. 이제 막 우물 안에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간 개구리에겐 브런치 작가들의 세련된 글들은 새로운 생태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심기일전과 능동적인 글쓰기는 별개의 문제였다. 막상 작가 신청란에 커서를 옮기기만 하면, 열정을 녹여내어 글 쓰는 것이 꽤나 귀찮고, 고심하는 것이 번거로워 과거 썼던 글들을 드래그하기 일쑤였고, 멜로디와 운율 없는 노래가 고함이 되듯, 목적성과 아이덴티티가 없이 갈겨쓴 내 휘발성 글들은 낙서랑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브런치 입국 불가 도장을 두 번 더 받고 나서야 마연(磨硏)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나는 계획을 행동에 쉽게 옮기지 못하는 형편없는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생업을 두고 글쓰기에 집중할 만큼 연산처리 기능이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고민하다 커머셜 블로그 원고를 작성하는 일을 알게 되었고, 호기롭게 커뮤니티에 수주 요청했다. 부수입도 생기면서 새로운 정보들도 알게  뿐만 아니라, 문장력과 어휘력, 맞춤법까지 습득할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업은 생업대로 하면서, 월 1500-2000자 원고 100개 이상 작업할 정도로 많은 원고를 대했다. 마감이라는 데드라인을 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성장하는 내게 느끼는 성취 하나로 이로 입술을 뜯어가며 꾸준히 써갔다.


그렇게 글쓰기에 전에 가진 자만심과는 다른 자신감이 생겼고, 다시 브런치 작가 신청란에 들어가, 심기일전을 능동적 글쓰기에 고스란히 옮겼고, 나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렇게 4번째 시도 후 더 이상의 시도는 불필요해졌다.


내 글이 제3자에게 읽힐만한 글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데이터에 기쁨을 멈출 줄 몰랐다. 건네받은 도화지에 그리고 싶은 나만의 그림을 구상하는 일은 상상이상으로 즐겁고 다이나믹했다.


나는 상업 원고를 그만두지 않고 있다. 내 방종을 제어하는 억제기이자 내 글들을 끊임없이 연마시켜줄 숫돌이다. 책 발간을 위해 상업 원고를 쉬어야 하는 딜레마가 어서 찾아오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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