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서비스와 팬데믹, 인원규제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인사 다음으로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은 "실례지만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이다. 식당을 운영하기 전, 여러 매장에서 근무할 때부터 해왔던 관례적인 습관이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매장에서 고객에게 건네는 첫 번째 서비스로, 고객과 서버 간 첫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버는 이를 통해 고객의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인원수에 맞는 자리를 안내할 수 있는 추가 서비스의 시드가 될 뿐만 아니라, 인원수에 맞는 메뉴 종류와 개수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이 질문의 결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19년도 말부터 창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부에서 매장 출입 허용 인원을 정하는 규제를 실시함에 따라 고객과 매장 측에서는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이 미묘한 긴장이 심화된다면, 갈등으로 빚어진다.
실제로 인원 규제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특히 브레이크 타임 직후나, 첫 손님일 때, 이런 갈등으로 인한 이슈가 많이 일어나는데, 규제 인원 이상의 고객들이 두 테이블에 따로 앉겠다고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할 때면, 서비스의 실패를 직감한다. 사양하면서 고객들을 다시 돌려보내는데 드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다. 행여나 고객들이 매장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데, 나는 그 고객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잠재적 고객들의 데이터를 알 수 없는 반면, 그들은 "나"라는 사람이 주 6일 매장에서 일한다는 것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고객과의 마찰은 피하려고 한다.
매장 출입 인원 규제가 가진 파괴력은 크다. 가계 구조가 4인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바뀜에 따라 체감이 어려울 수 있는데, 하지만 이것은 지역 간 도시 인프라 차이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띈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서울 수도권의 경우에는 "4인"이라는 숫자가 유기적이면서 융통성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운영하는 지역처럼 아직 핵가족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꽤나 족쇄가 된다.
대부분의 매장이 그렇듯 운영 중인 매장은 주말이 훨씬 바쁜데, 주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분포를 분석하자면, 연인 고객 혹은 가족 고객이다. 연인 고객의 경우는 이 문제에 큰 차질이 없을진 모르나, 가족 고객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불과 얼마 전인 4인 규제가 실시되었을 때는 3대가 식사하는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들었다. 가족 손님의 경우, 객단가가 높게 형성이 되는데, 이는 명백히 매출에 차질을 주곤 했다. 물론 지금은 6인으로 규제가 수정되어 가족단위 손님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외식업 자영업자의 입장으로써는 이런 규제가 달갑지는 않으나, 매력적인 차선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바랄 수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의 개선되는 방역 관념이다.
위생이라는 개념에 있어서 식품업과 음식점 업은 최전방 GP에 위치한다. 위생관련 이슈가 터지면 가장 먼저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조류독감이나 돼지 열병과 같은 동물계 질병뿐만 아니라 인간 질병으로 인한 이슈는 식품업이나, 음식점 업을 하는 종사자에게는 진돗개이자 데프콘과 다름없다. 다가오는 부정적 이슈들을 향해 총알을 소진할 때까지 방아쇠를 계속 쥐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총알은 운영자금이고, 이슈들이 끝나기 전에 총알이 다 떨어지면 그대로 녹다운이 되는, 총성 없이 설거지 소리만 들리는 전쟁이라 볼 수 있다.
즐겨보는 해적 만화에 "정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정의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대사를 현실에 빗대어보자면, 강한 사람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서희 장군은 외교 실력으로 강동 6주라는 땅을 획득했고, 정도전은 책략 하나로 나라를 세웠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무기는 총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한다.
"실례지만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서로가 웃으며 당당하게 7명, 8명 외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