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곳에는 특수학교가 두 군데 있다. 한 곳은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딸이 다니게 될 특수학교는 몸이 자유롭지만 경계선 지능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스펙트럼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열 반으로 나눠져 있고 한 학급에는 11명에서
12명의 아이들이 있다. 정교사는 3명 도우미 교사는 4명이다.
7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딸은 낑낑거리며 자신보다 큰 우산을 들고 학교에 방문했다. 반 편성을 위한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다. 강단에 부모 손을 잡고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 앞 테이블에는 아이들 이름이 적힌 명찰이 나열되어 있었다. 선생님들은 들어서는 아이 한 명 한 명 출석 체크를 하며 명찰을 목에 걸어주었다. 유일한 동양인 딸의 이름을 단번에 찾아 목에 걸어주었다. 딸은 싱긋 웃으며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모두 한 자리에 앉게 되자 선생님들은 주르륵 줄지어 한 명 한 명 아이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부모와 떨어져서 우는 아이, 고집부리며 딴 길로 가려는 아이 틈에 딸은 쿨하게 ‘바이’라며 유유히 살아졌다. 딸을 기다리는 45분 동안 처음 보는 부모 들 틈에 앉아 있으려니 멋쩍었다. 유치원에서 같이 온 아이들 부모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삼일중 가운데 날 테스트 날짜가 잡혔다. 전날 이미 왔다 갔던지 아니면 다음 날 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45분이 지나서 딸은 방긋 웃으며 뛰어와 안겼다. 선생님은 테스트한 결과를 표로 보여주며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균형감각, 가위질, 퍼즐 맞추기, 색깔 구별하기, 집중력, 점선 따라 쓰기, 숫자, 끈에 작은 모형 끼우기 테스트였다. 집중해서 차분히 했냈다며 칭찬해 주었다. 결과에 따라 반평이 된다는 마지막 말을 하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성품 좋고 선한 인상에 인내심이 많은 선생님을 만나길 기도했다.
며칠 후 학교에 부모만 참석하는 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날이기에 떨렸다. 모인 자리에는 익숙한 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했다. 서로 같은 반이 되길 바랐다. 20명 정도의 선생님들이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쭉 선생님들을 둘러봤다. 오른쪽 팔에 큰 문신이 있고 코에 피어싱을 한 여자 선생님이 강렬하게 들어왔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돼 지만 저 선생님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알파벳 순으로 딸의 이름이 첫 번째로 호명됐다. 그 이후로 두 명정도 이름이 더 호명되고 담임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길 바랐던 문신이 있고 피어싱을 한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독일은 워낙 자유롭고 문신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여전히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다. 애써 웃으며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반 편성받은 교실로 이동했다. 교실로 가는 길에 선생님은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 “바로 오른쪽은 수영장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수영 수업이 있어요. 이제 큰 문을 열고 들어갈게요. 오른쪽은 안쪽은 화장실이에요. 왼쪽에는 아이들 옷을 거는 곳과 신발장이 보일 거예요. “ 코너를 돌아서니 드디어 교실이 보였다. 교실 문 앞에는 쉬는 시간에 편히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교실 뒷문 뜰에는 놀이터가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선생님은 자기소개를 했다. 부모들도 00의 엄마, 아빠 00 00입니다. 라며 간략하게 인사를 나눴다. 학교 커리큘럼을 부모들이 보기 편하게 정리된 프린터로 나눠줬다. 프린터에는 아이들 시간표가 있었
다.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기되어 좋았다. 뒷장을 넘기니 학교 선생님과 연락할 수 있는 스쿨웹 주소가 있었다. 핸드폰에 깔고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입학 준비물 리스트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하나하나 짚어가며 쉽게 추가 설명을 해주었다. 모든 설명이 끝났다.
“질문이 있나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주요 과목은 어떻게 가르치나요? 1학년만 모여서 3명밖에 안 되는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과서와 아이패드로도 공부해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한 반에 있어요. 이번에 입학하는 3명의 아이들은 3학년까지 같은 반에 있게 될 거예요.”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나의 색안경은 벗겨졌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친절하고 꼼꼼했다.
교실 문을 나서며 인사를 나눴다. “사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듯 모든 것이 생소하고 말도 못 하는 애를 학교에 보낸다니 걱정이 많았어요.” “나도 아이 엄마이기에 이해해요 살뜰히 보살필게요”라는 공감의 말에 마음 문이 확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