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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Dec 06. 2024

흥 많은 다운천사, 드디어 독일 특수학교에 입학하다.

독일은 재학생들의 여름 방학이 끝난 후에 신입생 입학식이 있다. 딸 학교의 입학식은 8월 중순이었다. 졸업식이 없는 독일에서는 입학식에 큰 의미를 둔다. 그날에는 대부분 정장을 입는다. 또한 부모가 준비해 주는 SchulTütte(슐튜테)라고 부르는 대왕 꼬깔콘을 입학식에 가져간다. 아이를 위한 입학 선물이다. 1781년부터 아이의 입학식 첫날 조금 더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 가면서 부모와 처음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슬픔보다는 달콤함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초콜릿, 학용품이 가득 들어있다.


삼 남매를 키우며 세 번째 입학식이었지만 막내 ‘다운천사’ 딸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심장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딸은 생후 5개월에 심장 수술을 했다. 잦은 병치레로 입원도 많았다. ‘건강히 자라날 수 있을까?’ 항상 마음 졸이며 기도했다. 그런 딸이 씩씩하게 자라나 학교에 입학한다. 딸만큼은 뭐든 특별하게 해주고 싶었다. 두 아들 때에는 백화점에서 슐튜테를 샀었다. 딸의 슐튜테는 인터넷에 들어가 디자인을 고르고 이름까지 새겨 넣으며 주문 제작했다. 독일의 책가방은 대부분 크고 무거워서 딸이 메기에는 버거울 것 같았다. 딸에게 알맞은 무게의 가방을 찾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 이곳저곳을 들어가 찾아보고 후기도 꼼꼼히 읽어가며 골랐다.


입학식 아침이 밝았다. 늦지 않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학교 주변은 입학식에 오는 학부모들과 아이들로 복잡했다. 주차 공간도 부족했다. 남동생네와 차로 4시간 떨어져 사는 친정 부모님도 함께했다. 교문을 들어서는데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그리고 재학생 언니, 오빠들이 맞이해 주었다. 오색 풍선과 장식들이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큰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로 웅성웅성 메아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많은 걸 좋아하는 딸은 분홍색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뛰어다녔다. 처음 보는 학부모,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같은 유치원에서 온 친구와 사진도 찍으며 그 분위기를 즐기는 듯했다.


각반마다 마스코트가 있다. 신입생들이 담임 선생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마스코트 인형을 안고 있었다. 딸에게 펭귄 인형을 들고 있는 선생님이 다가왔다. “00야, 안녕 만나게 되어 기쁘구나. 내 이름은 000이고, 너의 담임 선생님이야.”라며 반겨주었다. 딸은 화답하듯 선생님을 꼭 안았다. 마이크를 든 교장 선생님의 환영 인사가 울려 퍼졌다. 각반별로 담임 선생님 이름이 호명되며 한 명씩 일어나서 인사했다. 재학생 오빠, 언니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흥이 많은 딸은 몸을 흔들기 시작하더니 슬금슬금 앞으로 나갔다. 재학생 언니, 오빠들을 마주 보고 서서는 따라 하며 공연에 참여했다.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새어 나왔다. 동양인 학생은 우리 딸 하나뿐인데 딸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입학식이 끝나고 신입생들은 담임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한 반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같이 있기에 이미 재학생인 언니, 오빠들과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사이 학부모들은 학교에 상주해 있는 언어치료 선생님, 물리치료 선생님, 작업치료 선생님과 상담했다. 모든 상담이 끝날 때쯤 교실에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서둘러 남편과 교실로 향했다. 친화력 좋은 딸은 이미 친구들 사이 껴서 놀고 있었다. 더 놀겠다고 버티는 딸을 남편 안아 올렸다.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내일 만나자는 선생님 말에 눈물을 닦고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 사촌 동생들과 단체 사진으로 입학식을 마무리했다.

느린 딸은 아가 시절이 길었다. 커가는 속도도 더디기만 했는데 이렇게 커서 학교에 입학하다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뜨거움이 올라오며 눈시울이 촉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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