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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 빼는데 전신마취라니

by 베존더스

'다운천사'의 유치가 빠지지 않았는데 두 개의 새 이가 우뚝 올라왔다. 새 이가 유치를 밀어서 빠지길 기다렸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치과에 갔다. 의사는 아이 입안을 꼼꼼히 들여다본 후 말했다. “다운천사에게 흔히 있는 일입니다. 발치를 하려면 전신마취가 필요해요. 아이가 중간에 깰 수 있어서 이중으로 마취할 거예요. 먼저 잠드는 시럽을 먹인 후, 산소 호흡기를 사용할 겁니다. 마취 전 아이에게 6시간 공복을 유지시켜 주세요. 수술 동의서는 당일에 가져오시면 됩니다.”


수술이 꽉 차서 한 달 뒤로 날짜가 잡혔다. 생후 5개월 심장 수술했을 때 이후 전신마취였다. 만 7살이 되어도 내 눈에는 아가인데. 지인의 딸보다도 10 킬로그램이 적게 나가고 머리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작은데. 마음이 아렸다. 수술 동의서를 3번 읽고 나서야 사인할 수 있었다. 수술 당일이 왔다. 딸은 배고프다며 냉장고 문을 열려고 했다. 재빨리 문을 사수 하긴 했지만 수술 시간까지 2시간 정도를 어떻게 버틸지 고민이었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치과에 갔다.


우리보다 먼저 온 아이는 간호사가 주는 시럽을 마시고 20분 후 잠들었다. 엄마 품에 안겨 수술실로 이동했다. 다음은 딸 차례였다. 딸은 파란색 시럽을 보더니 거부감을 느꼈다. 달래 가며 마시게 한 후 대기실에 있는 넓은 소파에 앉혔다. 딸의 몸이 서서히 기울더니 10분 만에 잠들었다. 수술하는 의사가 대기실로 찾아왔다. 남편은 잠든 딸을 안아 올려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하며 수술실 의자에 살포시 눕혔다. 간호사는 작은 손가락에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끼웠다. 깊이 잠든 딸을 확인하고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쿵쾅였다. 딸과 같이 아침을 거르긴 했지만 배고픔 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무탈하길 기도했다. 초등학교 3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왔다, 겁먹은 아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부모는 다정하게 아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부모는 자녀 간호를 위해 직장에 병가 신청을 낼 수 있다. 치과에서는 이를 위해 의사 진단서를 준다. 그 기간 동안 일을 못하는 부모에게 회사로부터 받지 못하는 수당은 건강보험공단서 받을 수 있다.


1시간이 지나고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며 빠진 이를 보여줬다. 작은 이 두 개는 뿌리가 그대로였다. 딸은 회복실에 누워있었다. 보통은 30분에서 40분 있으면 마취가 깨지만 아시아 아이는 마취에서 늦게 깰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기다렸다. 딸의 수술 며칠 전 독일뉴스에 치과에서 마취 후 깨어나지 못한 사례가 보도된 적 있다. 깨어나지 않는 딸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 초조했다. 아이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간호사를 불러야 한다며 남편을 다그치기도 했다. 1시간이 지나서 딸은 한쪽 눈을 겨우 떴다. 양쪽 눈이 다 떠지기까지 힘겨웠다. 깨어난 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간호사는 깨어난 걸 확인하고 혹시 모를 비상사태로 꽂아놓은 주삿바늘을 조심스럽게 빼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에 남편은 비몽사몽간인 딸을 안아 올렸다.


집에 도착해서도 딸은 이어서 더 잤다. 숨은 제대로 쉬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끼익 방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종일 굶은 딸은 엉덩이로 밀며 계단을 내려왔다. 배고팠을 딸을 위해 물 한 모금 먹이고 먹을 걸 주었다. 새 모이만큼 이지만 먹는 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이 발치로 한껏 들떴던 근육이 풀어졌다. 나도 모르게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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