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 Nov 23. 2023

홧김에 독일 쾰른에 갔다

6세기 역사의 쾰른 대성당과 크리스마스 마켓

 뒤셀도로프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쾰른에 가려면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했지만, 다미는 친구 잘 둔 덕택에 편하게 차로 이동 중이었다. 


 "고맙다, 친구야. 네 덕분에 내가 진짜 편하게 여행 다니네. 갈 땐 내가 운전할까?"


 미안한 마음에 용기를 내서 제안해 보지만, 차도 없고 거의 장롱면허를 지나 화석 면허가 돼 가고 있는 수준이라 슬쩍 제안을 하면서도 제발 김다미가 거절해 주길 바라는 다미였다.


 "됐어,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너한테 운전을 맡기겠니. 그나저나 곧 크리스마스인데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김다미의 대답에 내심 안심하며 오늘 날짜를 보니 벌써 12월 중순이다. 라인 타워에서 내려다봤던 라인강이 흐르는 네덜란드로 가기로 다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미가 말했다. 


 "라인강 따라서 네덜란드 갈까 했는데 어때?"

 "네덜란드? 좋지, 여기서 엄청 가까워. 암스테르담 운하도 이쁘고 집도 알록달록하고 이쁘고 좋지. 그럼 넌 크리스마스랑 새해를 다 네덜란드에서 보낼 거야?"

 "새해? 아 그러고 보니 곧 있음 1월이 오겠구나!"

 "응응, 사실 나 12월 말에 런던 가거든, 그래서 너 괜찮으면 같이 갈래?, 네덜란드까지 내려가는데 또다시 올라가긴 좀 그렇지?"

 "아니! 나 런던 무진장 가고 싶어! 같이 갈래!"

 "킥킥, 알겠어 알겠어, 나도 혼자 갈지 알았는데 너랑 같이 갈 생각 하니까 좋다!"


 어느새 세 번째 여행지를 정하고 나니 목적지에 거의 온 듯 김다미가 야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미에게 비장한 눈빛으로 말한다. 


 "자, 목도리 귀까지 잘 가리게 동여 매고 장갑도 꼈지?"

 "응! 물론이지!"


 한국의 겨울도 춥지만 독일은 겨울은 매서운 바람 탓에 체감온도가 몹시나 낮았다.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단단히 무장하고 다미와 김다미는 차에서 내렸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낮에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밤에 가는 게 조명도 이쁘고 사진도 더 잘 나올 거야, 세바로 옆에 있는 쾰른 대성당먼저 가자."

 "성당! 응응 나 유럽 성당에 로망 있어!"


 여행 책자에 있었던 화려한 성당을 떠올리며 신이 난 다미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야야, 진정해 여기 주차장에서 나가면 바로 보여, 조기 건물 사이로 뾰족하게 나온 검은색 뾰족 지붕 보이지?"


 김다미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건물들 사이로 나 홀로 역사적 가치를 뽐내듯 뾰족한 검은색 지붕이 보인다. 다미는 빨리 완전체를 보고 싶어서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웅장한 쾰른 대성당의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나 거대하고 경이로운 건축물을 담아내기 위해 다미의 눈동자는 버거울 정도로 상하 좌우로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크고, 유럽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쾰른 대성당답게 카메라가 담기 버거워 했다. 용을 써도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 엥글에 들어가지 않자 다미는 바로 포기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오로지 눈과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해 천천히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축 당시에는 원재료인 조영암으로 인해 하얀색이였으나 세계2차 대전 당시 폭격와 매연으로 군데 군데 검게 변해버려 전쟁의 아픔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완공하는데 600년이 넘는, 무려 6세기에 걸쳐 완성된 쾰른 대성당은 높은 곳에서 다미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위대함을 뽐내고 있었다. 

유럽에서 두번째, 세상에서 세번째로 큰 쾰른 대성당

 다미는 기둥부터 창틀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설계된 예술품을 바라보며 김다미에게 넋이 나간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다미야, 나 이제야 왜 사람들이 한국에서 이 먼 유럽까지 여행을 왜 오는지 알 거 같아."

"그지? 600백여 년 전 유럽 사람들에게 있어서 종교가 삶의 이유였다는 게 지금의 우리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덕분에 우리는 이런 위대한 유산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

"맞아 맞아, 지금처럼 과학적인 기술이 없었을 시엔 종교가 다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었지. 그러니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지은 거겠지."


 6세기 전 오직 신만이 인생의 전부이자 삶의 이유였던 그들이 구원을 받고자 성당에 쏟아낸 절실함과 처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대성당을 바라보며 자신도 이토록 치열하고 절실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다미였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 여기 팜플렛에 보면 동방박사 유골을 안치하기 건축물이래, 오! 실제로 내부에는 유물이 있다는데?"

 "진짜? 동방박사 유물이? 진짜로?"

 "뭐, 진짜라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뭐 믿음이 중요한 거 아니겠니?"


 다미는 실외만큼 웅장할 실내를 기대하며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성당 보존을 위해서 실내는 메인 부분만 오픈이 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이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었다.

웅장하고 경건했던 쾰른 대성당 내부

 "다미야, 이 멋진걸 나 혼자만 볼 수 있어서 너무 슬프다.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맞아, 좋은 곳 맛있는 거 먹을 땐 나도 그렇게 부모님이 생각나더라고. 너 여행 끝무렵에 부모님도 오시라고  해 , 한 달이면 싸울랑 말랑 할 때 한국 가지 않겠니?"

 "풋, 맞아 야 공감한다."


 차오르는 감동에 엄마 아빠 얼굴이 아른 거려서 뭉클해졌다가, 친구 김다미의 말에 현실로 돌아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안 보면 애틋했다가 만났다 하면 얼마 못 가 금세 원수처럼 싸우는 모녀였기에 김다미의 말에 너무 공감이 가는 다미였다.


 다미는 성당 메인을 한 바퀴 돌면서 곳곳을 들여다보곤 벤치에 앉아서 고딕체 양식의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나 여기서 하루 종일 있으라고 해도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급할 거 뭐 있니? 해가 질 때까지 있다가 크리스마켓 가지 뭐."


 그 뒤로 둘은 말없이 한참 동안 6세기 전으로 돌아가 그들이 창조한 예술품에 감상에 한동안 젖여 있었다. 


 아무리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도 크리스마스를 향한 사람들의 열정은 끄기엔 역부족이었는지 매서운 한파에도 크리스 마켓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입구부터 꽉 찬 사람들 덕분에 비교적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찬 마켓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쾰른 대성당앞 크리스마스 마켓

 "우와,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그지? 사소한 재미가 있다니까, 서울처럼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아니지만 귀엽지?"

 솔직히 화려함으로만 치면 서울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 거리의 조명들과 대형 백화점의 건물을 촘촘히 감싸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쾰른의 크리스마스마켓에서는 다양한 프리 마켓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을 잔치와 같은 정겨움이 있었다. 어떤 장식이 더 화려한지 비교 유무를 떠나,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은 모두가 다 같다는 생각이 드는 다미였다. 각각 마켓마다 개성이 넘치는 소품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니 귀여운 꼬마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뭐지? 솜사탕이라도 나눠주고 있나?"

 "아, 이거 회전목마 기다리는 줄이야.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빠질 수 없는 놀이기구지."

 "이 복잡한 곳에 회전목마가 있다고?"

 "그럼, 저~~기 불빛 보이네."


 끝이 보이지 않는 프리 마켓들과 사람들로 꽉 차 있던 광장 중앙에 마법처럼 들어선 회전목마를 보고 다미는 입이 떨 벌어졌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제한된 공간에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다미는 인형 같은 아이들과 꿈결 같은 회전목마의 불빛에 잠시 매료되었다가 어디서 많이 맡아본 향기를 맡고 근원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메리크리스마스

 "김다미야! 이 익숙한 향기는 뭐지? 킁킁"

 "아, 어디서 소시지 굽고 있나 본데?"

 "뭐? 그런 건 빨리 말해 줬어야지!"


 친구의 팔을 끌고 본능에 충실하게 찾아간 그곳엔 푸드마켓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며 소시지를 굽고 있었다. 그곳에선 살짝 바게트 빵처럼 겉에는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핫도그 빵에 기다란 소시지를 꽂아 팔고 있었다. 어찌나 대량으로 굽는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양이였고 기다림 없이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어떤 소스도 그 어떤 다른 재료도 없고, 단지 소시지와 빵밖에 없었지만 갓 구운 소시지와 따끈따끈한 빵과의 조합은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아, 독일 소시지 너무 맛있어!"

 "저기 핫초코 판다, 저거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

 "오! 역시 배운 여자 김다미!"


 소시지를 한입 물기 무섭게 핫초코를 파는 마켓을 찾아낸 김다미는 인파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빨간 머그컵에 가득 담김 핫초코를 받아서 온다. 다미는 핫초코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머그컵을 보고 비명과 비슷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물어온다.


따뜻한 소시지
핫초코를 담고 있던 크리스마스 마켓의 머그컵

 "우와! 머그컵 뭐야! 너무 이쁘잖아! 이거 뭐야? 갖고 가도 되는 거야??'

 "보증금 안 돌려받고 그냥 갖고 가면 돼, 맘 바뀌면 돌려주고 보증금 받아오면 되고. 크리스마스 마켓 돌아다니면서 이 컵 모으는 재미도 쏠쏠해, 마켓마다 다른 종류의 머그컵을 사용하니까"

 "세상에! 너무 좋은 아이디어야! 환경에도 좋고!"


 다미는 배달음식 쓰레기에서 한 자루 나왔던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달달한 핫초코만큼 달달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는 다미였다. 


작가의 이전글 먹을 수 있는 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