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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Nov 27. 2023

홧김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다(01)

아름다운 풍경 속에 매캐한 대마초 향기

"너 coffe shop 들어가면 안 되고 cafe 가야 한다, 알겠지?"

"알겠어, 걱정 말어."


대마가 합법인 네덜란드는 coffe shop에서 대마를 팔기 때문에 혹시라도 착각해서 들어갈까 봐 김다미는 계속해서 주의를 주었다. 


"근데 나 어차피 6개월 뒤에 한국 가는데 대마 피워봐도 되지 않아?"

"네가 혼자 다니니까 내가 못하게 하는 거지, 그거 하면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똑바로 걷기도 힘들어. 술 엄청 취한 거랑 똑같아져"

"호오, 그렇구나~ 너 해봤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난 그런 거에 흥미 없어, 궁금하지도 않고. 근데 주위사람들 보니까 정신줄 놓더라고. 그러니까 너 절대 혼자 있을 때 하면 안 된다."

"알았어, 알았어. 명심할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다미에게 김다미는 다른 주의는 주지 않고 계속해서 대마관련해서 주의를 주었다. 성매매, 대마, 동성결혼까지 모두 합법인 자유로운 나라 네덜란드로 향하는 다미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차에 올라탔다.


"그럼 우리 다음 주에 런던에서 만나자!"

"그래, 비행기 시간 늦지 않게 미리미리 다니고 알겠지?"

"알겠어, 알겠어, 걱정 말고 어여 들어가!"


그렇게 다미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단어뜻도 낮은 나라인 Netherlands로 향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한 다미는 서울역에 버금가는 복잡함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 각종 기념품 가게부터 무수히 많은 상점과 캐리어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서 있으니 자신이 정말 한 나라의 수도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놓았던 정신줄과 함께 다시 캐리어를 꽉 쥐고 다미는 예약한 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라인강이 흐르던 뒤셀도르프와 달리 암스테르담엔 암스테르담강을 중심으로 까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천이 여기저기 흐르고 있었고 어마어마한 자전거들이 도로를 점렴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자전거를 감담하기 위해 자전거 주차장도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빼빽하게 주차된 자전거들을 바라보며 '2층에 주차한 자전거는 도대체 어떻게 빼는 거지?'의구심이 들어 잠시 지켜보았지만 매서운 바람에 포기했다. 다미는 차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동글동글한 돌멩이가 박혀있는 오돌 도돌 한 바닥에 발을 내려놓았다.


"으아, 이 바닥 너무 불편해, 하이힐은 꿈도 못 꾸겠다"


기웃 거리며 캐리어를 끄는 순간 유럽특유의 돌멩이 바닥 탓에 캐리어 바퀴가 요란한 소리를 냈고, 다미는 행여나 캐리어가 망가 질랴 조심조심 캐리어를 끌며 암스테르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이힐을 신으면 하루도 안 가서 굽이 날아가겠다고 생각을 하며 몇 걸음을 걸었을까, 얼마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까넬을 정가운데로 두고 자리 잡은 암스테르담 도심은 다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걸음을 옮길 틈도 주지 않고 자꾸자꾸 펼쳐지는 눈부신 풍경에 다미는 도무지 앞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겨울
암스테르담의 겨울

"우와, 진짜 너무 이쁘다! 그런데 너무 춥다!"


까넬 탓인지 암스테르담의 바람은 아름다운 풍경을 시기하듯 매우 매섭고 차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털모자를 풀 눌러쓰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외발 자전거를 타듯 양손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달리는 사람들에 연신 감탄을 하며 이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공기는 너무 청량했고, 하늘이 비쳐 보이는 카넬은 매우 더러웠다?


다미는 까넬 가까이 다가가 물안을 내려다보며 방금 찍은 사진 속의 까넬과 번갈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우와, 사진엔 이렇게 투명하게 나오는데 엄청 더럽네."


쓰레기가 떠다니진 않지만, 호숫가같이 깨끗한 물은 아니어서 잠시 감상에 젖으려다가 후다닥 나온 다미였다. 까넬 구경도 하고 시내 가게 구경도 하며 천천히 호텔 쪽으로 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 광장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암스테르담 광장 앞에 이르자 암스테르담 국립미술박물관이라 불리는 라이크스뮤지엄(Rijksmuseum)이 가운데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그 앞엔 도전장을 내밀듯 화려한 샤넬 스케이트장이 번쩍 거리고 있었다.

밤이 되면 드러눕는 향수병
스케이트를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들

"우와, 도심 한가운데 스케이트장이라니!"


다미는 시청 앞 스케이트장과 비슷한 느낌에 잠시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독특한 건 초보자들을 위해 의자가 곳곳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스케이트를 전혀 탈 줄 모르는 사람들도 의자를 끌고 다니며 나름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루돌프처럼 코끝이 빨개졌지만, 얼굴 가득히 핀 환한 웃음에 다미도 절로 즐거워졌다. 


"엄머 엄머 이건 찍어야 돼,  아니 여기도 찍어야 돼"


까넬 다리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에 쉴 새 없이 카메라를 눌러 되며 다미는 한적한 평일 대낮을 즐기고 있었다. 운치 있게 자전거와 함께 Staalmeestersbrug 적혀있는 다리 위에서 경치를 즐기며 크게 숨을 들이켜는 그 순간, 매캐한 풀 타는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Staalmeestersbrug 다리


"엥? 이게 무슨 냄새지?"


자동차 매연도 아니고, 나무를 태우는 냄새도 아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를 따라가 보니 김다미의 말처럼  coffe shop smoke 간판이 달린 가게가 있었다. '아 이 냄새가 대마초 냄새구나' 자신의 취향이 영 아닌 대마 향기에 다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벗어나는데 자신의 시야에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야광 속옷을 입은 글래머스한 외국인이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라고 듣긴 했지만, 이런 대낮에 도심 중심가에서 저렇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되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다미는 서둘러 대마초 향기를 풍기는 골목을 빠져나왔다. 마치 범죄현장을 목격한 사람처럼 다미는 괜스레 벌렁벌렁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호텔만 방향만 바라보며 똑바로 걸어 나왔다.


아름다운 까넬과 대마초와 성매매 가게까지 모두 목격한 다미는 네덜란드의 톡톡 튀는 매력에 취해 앞으로 암스테르담에서의 일주일이 몹시나 궁금한 다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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