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7일의 꿈
정신을 차려보니 댄스 경연장이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는 꽤 유명한 댄서인 듯 보였고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한 댄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매니저인지 스승인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계속해서 내 댄스를 봐주고 있다. 근데 이 세상의 댄스 트렌드는 굉장히 정적인지 나는 그저 두 개의 평행대위에 각각 한쪽 다리를 올리고 서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 자세로 서있다.
댄스 대회인지 체조 대회인지 분간이 잘 안 가는 준비 자세이다. 여하튼 잠시 똑바로 서서 준비자세를 잡더니, 갑자기 한쪽 무릎을 접고 반대쪽 무릎은 꼿꼿이 핀 자세를 유지한다. (아무래도 한쪽 다리만 자세를 유지하는 게 이 댄스의 포인트인 것 같다.) 그리고 굉장한 괴력으로 무릎을 굽힌 다리의 발끝은 하이힐을 신은 듯 힘껏 뒤꿈치를 들어서 발끝까지 좀 더 날렵하고 뾰족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 말도 안 되는 내 자세를 보더니 그 중년의 남성이 아쉽다는 듯 조언을 한다.
"좀 더 무릎을 굽혀서 나이키 모양을 만들어야 돼!"
나이키? 그 스포츠 브랜드? 쟁기 모양의 특유의 마크가 유명한 그 나이키?
지금 이 평행대 위에 서서 무릎을 굽혀서 나이키 모양을 만들라고? 지금 나이키 모양을 만들고 있는 거라고?
무슨 서커스단도 아니고 댄스 대회에 이 자세 하나만으로 출전한다는 게 말도 안 될 노릇이지만, 여하튼 이 세계에선 나이키 댄스만 완벽하게 구현하면 되는 듯 계속 나이키를 외치는 남성이었다.
안쪽 허벅지 힘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이 동작 연습을 마친 뒤 드디어 무대에 섰다. (꿈속에선 힘들지 않았지만 한번 시도해 보니 다리가 엄청나게 후들 후들 떨렸다.) 이즈음 되면 꿈이 끝나야 하는데 정말로 무대 위까지 올라간 난 완벽한 나이키 자세를 보여 줬다.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스타탄생을 알리며 좀 더 깊은 숙면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이키 에어 맥스 모델을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 필라테스를 하느라 허벅지 안쪽 근육을 쥐어짜고 있다. 갑자기 왜 이 연관성 없는 두 개의 조합이 내 꿈속에 쳐들어와서 우스꽝스러운 댄스를 창조해 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오래간만에 정말 아무 의미 없고, 웃긴 꿈이었다.
역시 웃긴 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