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6일의 꿈
내 좌석이 어디인지는 분간이 안 가지만 약간 위쪽에 자리 잡은 듯 무대를 내려 보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에 하얀 옷을 입고 색색의 머리색을 자랑하는 이들이 보이고, 환호하는 팬들이 보인다. 본능적으로 이곳이 아이돌 콘서트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카메라에 빙의된 건지 원하면 멤버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마치 카메라 줌 기능을 사용하듯 그들에게 다가가자 난 그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무려 BTS 콘서트 무대였다!
이번 앨범 컨셉을 모르겠지만, 멤버들 모두 파스텔톤으로 염색한 머리로 잔잔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벅차오르는 흥분감에 놀랄 시간도 없이 바로 전주가 나오고 랩 파트를 담당하는 RM(김남준)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RM군은 살짝 긴 머리에 빛나는 은색으로 탈색한 스타일로 그만의 매력적인 저음 보이스로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못 말리는 무의식은 화려한 비주얼에 집중하느라 가사를 잘 듣지 못하고 있다가 후렴구에 이르자 드디어 가사와 선율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무대인 듯 다른 멤버들은 리듬을 타고 있고 계속 RM군만 노래를 계속 이어갔고 "Let us know"라는 가사가 반복적으로 울린다.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평화로운 곡율을 듣고 있자니 마이클 잭슨의 We are the world 가 생각난다. RM군의 일렁이는 눈빛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지고 그의 노래가 끝나자 벅찬 감동의 표정으로 박수를 보내는 멤버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Let us know"는 계속해서 콘서트장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좀 더 깊은 숙면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BTS라는 그룹을 알게 된 건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국내에서만 유명한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피땀눈물'이라는 가슴 아픈 시련의 슬픔을 노래하던 노래를 부르던 그들이 어느 날 중독성 강한 휘파람 도입부가 매력적인 'DNA'로 내 덕질인생에 불을 지폈다.
현실에 치여 학생시절처럼 본격적으로 덕질을 하지 못했지만(나의 학창 시절은 아이돌이 언제나 함께 할 정도로 덕질에 진심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사랑하며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딱 그런 부모의 마음이었다. 특히 잔잔한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RM의 솔로곡인 Seoul를 좋아해서 일하면서 무한 반복으로 듣던 시절이 있었는데, 꿈속이지만 생생하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황송할 정도다.
꿈에서 깨고 실제 BTS가 발표했던 곡인가 해서 let us know을 검색해 봤지만 2014년에 나온 'let me know'라는 노래만 있었고, 그때의 힙합돌 이미지에 맞는 노래였다. 결론은 꿈에서 깬 지금은 다시 듣지 못하는 노래였다.
이 세상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꿈속에서 들은 세계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느낌의 'let us know',
불행히도 딱 이 한 구절만 기억나고 아름다웠던 선율은 잊혔다.
그러나 꿈에서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남아있다.
과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알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