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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un 10. 2022

유 퀴즈에서 만난 신순규 님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난다.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전 세계 수재들만 모인다는 하버드, 프린스턴, MIT, 유펜에서 모두 장학금을 약속한 합격 통지를 받는다. 그중에서 입학 조건이 가장 좋았던 하버드로 입학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는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JP모건에 들어가 신용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브라운 브라더스(BROWN BROTHERS)에서 이사급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신순규. 

이 정도면 인기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에 나올 법 하다. “모든 것을 다 집어넣은 eyerything 베이글이 최고지요.” 월가에서 일하며 먹는 뉴욕 베이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이다. 푸근한 인상과 밝은 얼굴에선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도중 나온 한마디에 설거지하던 그릇을 놓쳤다. “보시다시피 제가 시각장애인이잖아요” 너무 놀라서 화면을 다시 유심히 보았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그의 한마디에 왜 놀란 걸까?      


시각장애인이었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시작했고, 14살 때 공연차 방문했던 미국 맹학교의 권유로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맹학교에서 일반 학교로 옮겼고,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하시며 과학과 양궁을 지도해 주실 만큼 편견 없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처음으로 CFA 시험을 볼 때는 계산기를 쓸 수 없어서 계산기의 모든 버튼의 수식을 외워서 시험을 봤다고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을 찾아낸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무지와 편견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를 조금 더 알고 싶어 교보문고에 들어가 책을 찾아보았다.     

『눈을 감으로 보이는 것들』과 신작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두 권의 책을 찾을 수 있었다. 유 퀴즈에서 다 풀어놓지 않은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책을 구입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살아서 정작 보아야 할 것들,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들의 눈빛,
화가 났을 때도 감출 수 없는 엄마의 애틋한 표정
외로움으로 어두워진 배우자의 얼굴빛 등을 보지 못한다.”

                                  -신순규.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판미동-          



소망 HOPE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다’.‘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할 때,

 머리로 결단하고 마음으로 보기 시작하는 게 바로 소망이다”

                                -신순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판미동-


마음으로 걱정하고, 머리로 포기했던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에게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에서 정말 내가 보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었나? 잔잔하고 고요한 그의 소소한 이야기가 마음에 쿵 하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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