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초록 싱그러움이 책의 겉표지에 담겨 있었다. 책의 표지를 걷어 내고 나니 나무토막 느낌의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나무를 대하듯 소중히 넘겼다.
‘명석하고 막힘없는 언어의 향언’
‘유구하게 흐르는 대화를 담은 소설’
‘풍요로운 색채와 향기를 담은 경탄을 부르는 작품’ 등 평단과 독자의 호평이 이어진 책이라는 사실에 두꺼운 책의 첫 장을 살며시 조심스럽게 열었다.
‘밤의 숲에서 차가워진 공기가 여름 별장으로 들어온다. 여름 별장은 다시 조용해진다.’ 여름 별장에서 시작된 소설은 여름 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끝을 맺는다.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노 건축가와 그의 사무실에서 설계사로 일하는 청년의 대화가 소설 전체를 이끌어 간다.
‘건축’이란 소재를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통해 부드럽게 녹여냈다. 그 안에는 클래식한 음악이 흐른다. 음악이 흐르는 장소에는 고풍스러운 고가구들이 음악과 더불어 정갈하고 단정하게 놓인다. 자연과 함께하는 건축을 추구했던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며 건축이란 소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냈다.
‘여름 별장’은 이 책의 제목을 담고 있는 장소이다. 이 안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이 동료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난다. 여름의 후덥지근함을 싱그러움으로 여름의 텁텁함을 아름다움으로, 여름의 무더위를 사랑으로 표현하려 했던 작가의 묘사는 그 어떤 소설보다 뛰어났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여름 별장을 거닐며 초록의 싱그러움에,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