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스무비 Feb 21. 2022

‘시라노’ 영화보단 뮤지컬로 머물길

[리뷰] ‘시라노’ 영화보단 뮤지컬로 머물길

영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 ‘시라노’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아름다운 영상미과 고전적인 분위기를 장기로 삼은 조 라이트 감독인 만큼 ‘시라노’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미장센이 돋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어설픈 군무와 노래, 식상한 이야기를 그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시라노'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10명의 남자와 싸울 용기는 있지만, 평생을 사랑해 온 한 여자에게는 고백할 용기가 없는 작은 시인 시라노(피터 딘클리지). 근위대 대위인 그는 뛰어난 검사이자,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시인이지만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한편 그가 사랑하는 여인 록산(헤일리 베렛)은 진실된 사랑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그런 그녀 앞에는 눈부신 외모를 자랑하는 남자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이 나타난다.

영화 ‘시라노’(감독 조 라이트)는 사랑을 대신 써주는 남자 시라노와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자 록산, 사랑의 시를 빌려 쓴 남자 크리스티앙의 엇갈린 로맨스를 그렸다. 영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으로, 오랜 고전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이다.

영화 '시라노'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애절한 로맨스와 고전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미장센을 자랑했던 조 라이트 감독. 그의 신작인 만큼 영화 ‘시라노’는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배경을 뽐낸다. 화려한 귀족 사회와 다채로운 색감의 드레스, 짧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사랑의 시를 노래할 때 펼쳐지는 섬세한 구도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작 희곡에선 기형적으로 큰 코에 콤플렉스를 가진 시라노는 영화에서 난쟁이로 등장한다. 왜소증을 가진 할리우드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연기했는데,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로 들려오는 서정적인 시들은 귓가를 간질이며 영화에 매력을 더한다. 언제나 깊은 내공의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중후한 눈빛을 그리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영화 '시라노'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그러나 영화의 장점을 이외에 꼽아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 시라노는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를 통해 나름의 매력을 뽐내는데 성공했지만, 이 외 캐릭터들은 모두 관객의 짜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단순하거나 우둔하고, 철이 없다. 아무리 고전을 각색한 작품이라 한들, 어느 정도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현대적 시각이 개입되어야 할 텐데, 그 같은 배려가 전혀 있지 않았다.

뮤지컬을 영화에 옮겨낸 작업 역시 다소 어설펐다. 크리스티앙의 노래는 조금도 고전적인 미학과 어울리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배경을 채우는 댄서들의 군무는 합이 맞지 않고 뒤엉키거나, 어설픈 몸놀림을 숨기지 못해 헛웃음을 자아냈다.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오려 시도한 듯 하나 영화와 뮤지컬 사이 어느 것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듯 하다.

이는 캐릭터 설정을 넘어 이야기를 구성하는데도 마찬가지다. 춤과 노래로 빈틈을 채우며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뮤지컬과는 달리, 영화는 허술함과 어설픔을 감출 새 없이 이야기만을 억지로 부풀려간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예고편에 이미 모두 등장했고, 단 한 장면, 시라노의 마지막 대사 한 줄만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나의 자존심을 사랑했소”


개봉: 2월 23일/ 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조 라이트/출연: 피터 딘클리지, 헤일리 베넷, 켈빈 해리슨 주니어/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러닝타임: 123분/별점: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