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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Mar 02. 2022

‘소년심판’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처절한 현실

[리뷰] ‘소년심판’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처절한 현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이 공개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공분을 샀으나 마땅한 대안이나 활발한 논의가 부족했던 소년법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드라마는 소년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녀야 할 태도와 함께 여러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게 했다.

드라마 '소년심판'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우리는 흔히 소년범을 혐오한다. 우리에게 소년범이란 가짜 신분증으로 차를 빌려 사고를 내 단란했던 가정을 파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다. 그 밖에도 학교폭력의 가해자거나, 직접 성매매에 뛰어드는 것을 넘어 알선해 포주가 되거나, 강제로 성폭행을 저질러 인터넷에 팔기도 한다.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어린아이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끔직한 행각들만큼 소년범들이 우리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바로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 탓이다. 만 14세 미만의 소년범들은 흔히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분이 아닌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덕분에 수많은 범죄가 있었고, 피해자가 생기고, 억울한 이가 눈물로 내일을 살아갈지언정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기이한 일들이 여럿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소년법 폐지를 떠올리곤 한다. 소년법 폐지가 소년범죄율을 낮추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방안이며, 그리하여서도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게 되는 소년들의 강력범죄는 실제 소년범죄의 극히 일부인 이유다. 소년법의 폐지는 얼핏 통쾌해 보이나 일상으로 회복 가능한 소년들의 미래마저 앗아갈 수 있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소년범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촉법소년이라며 당당히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에 붙잡히는 와중에도 악을 쓰며 빈정대는 소년들의 모습을 그저 참아 넘겨야 하는가. 우리 사회에 점차 쌓이고 있는 억울함과 분노는 어떻게 해소 가능한가. 소년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소년범죄를 향한 각기 다른 시선과 가치관이 얽혀 소년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 드라마는 법이 문제다, 아이들이 문제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가정이 문제다,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다. 사건 속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며 소년범죄에 대해 다층적으로 바라본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년범죄들을 향해 드라마는 강력한 처벌과 교화를 위한 보듬음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런 균형 잡힌 시각 덕에 ‘소년심판’은 자칫 손쉽게만 풀어갈 수 있는 치우침에서 벗어나 실제 우리 삶과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시청자들에게 일차원적인 흑백논리가 아니라 법과 사회, 어른들의 역할과 무게에 대해 진중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쥐어준 것이다. 특히 일순간의 분노로 손쉽게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길 넘어 소년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사진 넷플릭스


‘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말에 혹여 소년범들을 옹호하는 드라마가 아닐까 걱정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동안 소년범들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쌓였던 만큼 드라마는 강력한 처벌과 판결로 시원한 맛을 충분히 우려낸다. 물론 누군가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드라마는 신중함과 섬세함을 무기로 보는 이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모두를 납득시킨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소년심판’은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설정에서도 전에 그려졌던 법정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한다. 흔히 등장하곤 했던 검사와 변호사 사이 대결구도나 각기 다른 신념의 격렬한 대립은 없다. 대단한 흑막을 감추고 있는 비리 법조인이나 거대 권력이 정의 집행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드라마는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서 있고, 그로부터 깊이 있는 주제가 더욱 빛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김혜수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하며 화면을 단숨에 장악하고,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그만의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홀려낸다. 김무열과 이정은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내며 이야기에 활력을 더해 또 다른 신념을 훌륭히 그려냈으며, 이성민은 누구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깊은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사진 넷플릭스


요컨대 촉법소년과 소년법에 대한 여러 질문이 오가는 요즘, 그 어떤 작품보다 시의성이 높은 드라마다. 깊이 있는 고민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질문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가 가감 없이 들춰진다. 지나치게 지루할 수 있는 법정 공방은 과감히 생략돼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클리셰적인 연출 역시 덜어져 신선하다. 극 중 수많은 명대사가 나오는데, 매 화 마음을 찌르는 대사들이 보여 무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선과 악, 정의 등에 대해 장르적 색채를 무기로 화두를 던졌던 작품들과 달리 ‘소년심판’은 현실에 기초해 현실을 비춘다. 비록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이나 긴박한 액션 등은 없을지라도 우리 시대 모두가 꼭 함께 고민해야 할 물음이 담겨 반갑다.


# 작품 기본정보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극본 김민석)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엄중한 법 집행을 가하는 심은석과 함께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차태주 판사, 한 번의 판결이 아닌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강원중 판사,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믿어 감정을 배제한 채 속도전을 벌이는 나근희 판사가 각기 다른 신념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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