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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Mar 15. 2022

‘문폴’ 재난 영화의 정석, 알아서 더 맛있는 재미

[리뷰] ‘문폴’ 재난 영화의 정석, 알아서 더 맛있는 재미

뻔하디 뻔한 재난 영화 한 편이 또 개봉 소식을 알렸다. 자가복제라도 한 듯 여전한 연출과 스토리, 캐릭터는 물론 언제나와 같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미국의 랜드마크들까지, 영화 ‘문폴’은 과거 등장했던 재난 영화들의 정석을 따른다. 헌데 그렇게 기대를 내려놔서였을까 막상 직접 만난 ‘문폴’은 의외의 재미가 가득해 당혹감과 반가움을 동시에 안긴다.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불량식품 같은 영화의 뻔한 맛이 근래 만났던 젠체하는 몇몇 영화들보다 훨씬 재미있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 누리픽쳐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 영화는 언제나 뻔하다.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이내 지구를 잘근잘근 다지고 부순다.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CG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야기는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다.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며 지구에 재난이 닥친 이유를 설명하지만 사실과 맞는 것은 하나도 없고, 신이 강림해야만 어떻게든 될 것 같은 상황에도 주인공은 어떻게 해서든 탈출하거나 끝내 지구를 구해낸다.

영화의 캐릭터 설정 역시 마찬가지로 반복적이다. 가족과 관계가 어긋나있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지구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며 가족 관계를 회복한다. 정부기관은 주인공이 발견한 이상 징후들을 은폐하거나 무시하고, 최악에 닥쳐서야 주인공 일행의 허무맹랑한 가설을 믿는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문폴’ 역시 마찬가지다. 달이 지구로 추락한다는 흥미로운 소재와 더욱 커진 스케일만이 지난 작품들과 달라졌을 뿐, 이야기의 뼈대부터 연출 스타일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 누리픽쳐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폴’은 재미가 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화려한 CG를 IMAX로 만나 더욱 빠져들었을 수도 있고, 어지럽고 무거운 이슈가 가득한 요즘인 만큼 가볍디 가벼운 영화가 잠시나마 생각을 쉬게 해줘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나 이 불량식품 같은 뻔한 맛이 최근 만났던 젠체하는 여러 영화들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흘러갈지 영화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예상할 수 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도, 특별한 카타르시스는 더더욱 없지만, 그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볼거리로 관객의 시간을 훔친다. 달이 부숴지며 지구로 쏟아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CG부터, 일분 일초가 다르게 무너져가는 지구의 모습, 와중 펼쳐지는 긴박한 카체이싱,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고도 외계 문명의 압도적 기술력이 지루할 틈을 없게 만든다. 달에 대한 온갖 음모론들 역시 재미를 주는 요소며, 특정 음모론은 영화의 소재이자 거대한 뼈대가 되기도 한다.

영화 '문폴' 스틸. 사진 누리픽쳐스


요컨대 이번에도 역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그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여전한 영화를 내놨다. 다만 그 규모와 화려함이 커지고, 소재와 배경이 달라져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데, 비록 자기복제일 지라도 익숙하고 뻔한 맛이 되레 상당히 편안하고 나름의 재미를 갖춰 반가울 정도다. 별다른 고민 없이 걱정 거리를 날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픈 관객이라면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기본정보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모든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그리고 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는 달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 우주선에 오른다. 인류 멸망 D-30일, 추락하는 달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개봉: 3월 16일/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출연: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존 브래들리, 마이클 페냐, 도날드 서덜랜드/수입·배급: ㈜누리픽쳐스/러닝타임: 13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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