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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Dec 18. 2024

상처받기 싫은 사람들의 이중성

<디어마이프렌즈>, <노트북>

tvN 디어마이프렌즈

완은 연하를 버렸다. 눈앞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연하로부터 도망쳤다. 그래도 완전히 버리진 않은 채 타국에서 영상채팅을 하는 기이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몇년만에 연하를 만나러 간 완은 뻔뻔하리만큼 태연했고, 스스로 그러길 원했다. 차가운 연하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다가도 화장실에 남겨진 내 칫솔, 옷, 물건들을 보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도망쳤다.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 하는, 나를 사랑해준 사람을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도망쳤는데 염치없이 다시 돌아온 내가 야속했을테다. 연하는 그런 완을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 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노트북>

어느때보다 뜨겁게 사랑했던 여름을 잃었다. 100통의 편지도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은 참으로 잔인하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떠나도, 새로운 행복을 얻어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노아는 끝없는 무채색의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엘리를 다시 되찾는 것, 그게 진정한 소망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다는건 나를 다시 한번 버리는 일과 같다. 나를 버려서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그 기억을 지운다는 건 또다시 내가 나를 버리는 일이다. 앞으로 당신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선 매번 몰려오는 죄책감을 가득 지고 가야 하는 지독한 현실에 더이상 사랑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다시 만나면 뭐가 달라질까? 한번 잃었던 사람을 다시 되찾는 일이 이젠 어렵다. 우리는 헤어졌고, 그 시간동안 차갑게 식은 머리로 현실을 다시 마주했으니, 매일같이 스스로 상처를 내왔으니. 

다시 만나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그토록 원했지만 정작 다시 내 품에 안기엔 무서워서. 

상처받기 싫은 사람들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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