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의 선택
고립은 명사다. 비슷한 유의어는 소외 격리등으로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고립과 비슷한 느낌의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사전에 풀이되어 있다. 고립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시귀지 아니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따로 떨어짐이라고 써져 있다. 고립과 고독의 차이를 수동적 능동적이란 말로 설명하고 쉽지는 않다. 여전히 내게는 고로 시작하는 이 명사가 긍정적 의미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외롭고 쓸쓸함이 꼭 힘든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 며칠 나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해서 작업실에 틀어박혀 몰입해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프리랜서 그림 그리는 작가다.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직원이 없어 좋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책임제 100프로 직업이다. 프리랜서의 숙명은 은둔과 고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아니라 나와의 소통이 절실한 직업군이라는 말이다. 몇 년 전 마케팅 공부를 우연히 하게 되었을 때 요즘 마케팅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배웠다. 타인과의 진심 어린 소통이라고 했다. 아직 나는 마케팅 스킬? 에 대해 이해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완성된 책, 완성된 그림, 완성된 영상 모든 것은 결과물이다. 그 과정을 담기란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어가겠지. 몇 년째하고 있던 각종 SNS의 세상에서 좀 거리 두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몇 주만이라도 그것들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고 싶다. 나는 내가 숨어들기에 좋은 공간과 장소를 안다. 다행이다. 나를 한번 청소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이다. 정리는 비우는 것부터라고 누가 그랬나? 청소를 하면 정리를 하게 되고 비우게 되니 저장할 공간이 생긴다는 말이다. 어떤 것으로부터 고립과 고독은 꽤 괜찮은 청소를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닐까 라는 엉뚱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나는 내 공간에서 고립되어 고독을 즐기다가 퇴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