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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Feb 21. 2024

인생의 정답은 없다

선생님의 칭찬

학창 시절의 선생님의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할 뿐 아니라 크게 성장하게 하는 촉진제이기도 하다.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그 선생님들과의 추억도 다 다르게 마련이다. 선생님의 성향도 다르고 칭찬의 정도도 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시기도 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은 별로 없다. 눈 오는 날 운동장에서 선생님을 쫓아 모두들 뛰어다니며 즐거웠던 기억, 교실바닥에 전부 초를 발라 미끄럼 타고 다녔던 기억.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다 풀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집에 갔던  기억등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 미리 반 편성을 하게 되는데 무슨 연유인지 반 편성을 몇 차례 다시 하게 되었다. 학생, 부모님, 선생님들의 중요한 관심 속에 마지막으로 확정된 반편성 결과, 내가 원하는 선생님반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도 가고 싶어 하는 1반의 선생님이었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기도 했다.


실망한 나는 엄마에게 그 선생님반으로 보내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그 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나는 밥도 안 먹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리고 며칠 후 학교에서 배정된 3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수업 중에 1반 선생님이 나를 데리러 와서 가방을 싸서 따라갔다. 3반 선생님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그렇게 원하던 선생님 반이 되어 기뻤다.


1반의 친구들 속에서  열심히 해서 반에서 4~5등은 되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 공부 잘하는 친구들 10명 쯤은 육지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정규수업이 끝나고도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다 저녁이면 집에 가서 밥 먹고  나서 다시 학교에서 공부하다 자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집에 가서 아침밥 먹고 학교로 돌아오는 생활을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중학교에 시험 치고 합격해서 육지로 유학을 간 친구도 있고 고향의 중학교에 진학한 친구도 있었다. 나 또한 원하는 중학교에 합격해서 육지로 유학을 갔다.


엄마는 6학년 학기 초에 선생님을 두 번째 만나 뵙고 내 사정을 얘기했던 것이다. 내가 육지로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고 그래서 선생님 반으로 가고 싶어 한다고 했을 것이다. 선생님은 같은 마을에 살고, 같은 성씨 같은 문중 사람으로 서로 잘 알고 친분도 있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는 어렸던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나의 입장에서는 늘 무서워서 함부로 말 붙이기가 어려워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 나보다 공부를  잘했다고 생각되던 지수, 승렬이, 인식이보다 내가 더 선생님에게 혼이 더 많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다. 그 얘들보다 내가 잘한 경우에도 크게 칭찬을 해  주신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특별하지도, 부모님의 환경이 선생님이 관심 가질만한 환경도 아니었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단지 열심히 해서 육지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에만 집중한 것뿐이고, 나에 대한 선생님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서운하기도 아쉬운 감정이 있었다.


중학교 진학하고 상급학교로 올라가고도 방학이나 명절 때 집에 가게 되면 엄마는 선생님께 인사 다녀오라 해서 갔던 기억이 많다, 나의 입장에서는 갈 때도 무서웠지만, 올 때도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선생님의 곁은 따뜻하지만은 않음을 느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똑 같이 했을 수도 있고, 내가 종씨집안사람이므로 더 잘되라고 엄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어린 나의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칭찬이 많이 고팠던 것 같다.


살아 계셨을 때는 지금의 마음처럼 찾아뵙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나이 드니까 생각이 난다. 그때의 나는 선생님을 존경했으며. 믿고 그 반에 가고 싶어 했고,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6학년을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내 성장의 터전이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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