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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Dec 03. 2024

여기에도 풀이 가득하길

물 흐르듯

  고등학교 생물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풀이합니다.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양분을 스스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6CO2 + 6H2O → C6H12O6 + 6O26CO2 + 6H2O → C6H12O6 + 6O2' 광합성 반응식을 칠판에 써 내려가고, 마침내 물과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포도당과 산소가 생성됩니다.


  수화반응은 콘크리트 재료가 물과 만나 화학반응을 통해 수산화칼슘이라는 결정체가 형성되고, 미경화 상태에서 경화 상태로 굳어가는 주요한 화학반응 과정입니다. 'CaO(생석회) + H₂O → Ca(OH)₂ (수산화칼슘) + 열(125㎈/g) ' 수산화칼슘이 생성되면서 열이 발생합니다. 보통 콘크리트가 굳을 때 발생한다고 해서 경화열이라고 합니다. 시멘트는 물과 혼합되어 서서히 굳기 시작하여  3일 후, 콘크리트가 보유하고 있는 경화력의 20%,  7일 후는 40%,  28일 후는 80%, 1년 후는 95%, 3년 후는 경화력의 거의 100%에 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재령(材齡) 28일 압축강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콘크리트 벽체나 벽돌 외벽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백화(Efflorescence) 현상이라고 합니다. 시멘트에 물을 가하면 시멘트 중의 Alite와 Belite와 같은 규산칼슘계 화합물이 물과 반응하여  규산칼슘수화물을 형성하면서 응결, 경화과정을 거쳐 시간이 흐르면서 강도를 발현하게 됩니다. 이 수화반응을 화학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3CaO·SiO2) + 6H2O = 3CaO·2SiO2·3H2O + 3Ca(OH)2 ; Alite + 물 =  C-S-H 수화물 + 수산화 칼슘, 2(2CaO·SiO2) + 4H2O = 3CaO·SiO2·3H2O + Ca(OH)2 ; Belite + 물 = C-S-H 수화물 + 수산화칼슘' 여기서 발생된 수산화칼슘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하여 탄산칼슘으로 변합니다. 탄산칼슘은 하얀색을 띠기 때문에, 시멘트의 표면에 '백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화학식을 써 놓으면 뭐 굉장히 전문적이고 유식해 보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뭔가 서로 반응을 일으키면서 차곡차곡 순서에 맞춰 어떤 일들이 진행되어 갑니다. 순서가 바뀌면 반응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입법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 '절차규정 위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바탕을 정리하기 전에 마감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은 그래서 명언일 수밖에 없습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동절기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정해진 공기(工期)때문에 춥다고 공사를 중지할 수는 없습니다. 난방장치를 구비하고, 상온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품질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됩니다. 작업자들의 안전과 보온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복잡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들 듯, 수화반응을 일으켜 콘크리트가 굳어지 듯,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물 흐르듯 순리(順理)대로 지어져가는 건축물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초만영어(草滿囹圄)란 성어가 있습니다. 감옥 안에 풀이 가득 자랐다는 뜻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죄인이 없음을 말합니다. 여기 공사현장도 마무리 될 때까지 안전사고 하나 없는 풀이 가득한 현장이 되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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