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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Dec 09. 2024

갈대와 꽃창포가 살아나고

빠른 복원

  1965년도에 청계천 복개공사 이후, 2003~05년도에 다시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닫히고, 감추고, 가렸던 흉물들이 다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고, 친환경과 생태복원사업은 지자체별로 우리의 개천들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 생기는 공원이나 놀이터에는 일부러 없었던 실개천을 만들고 수변식물들로 채워놓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영국의 전래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벽돌로 집을 지은 아기돼지는 각종 규제와 건축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는 반면, 으로 집을 지은 아기돼지는 친환경 건축으로 건축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릴 수 있다는 풍자도 만들어봄직 합니다.


  집 앞에 작은 개천이 있었습니다. 장마철 개천이 범람해서 집 앞까지 물이 넘친 기억도 납니다. 개천의 양쪽 벽은 '간사돌 석축 쌓기'로 되어있는 수직의 벽체입니다. 석축 끝에는 턱이나 난간도 없었으니 위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6살인 아이 눈으로 볼 때 거의 2미터 이상되는 곳이었으니까 실제 깊이는 1.2~3미터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우기(雨期)가 아닌 건기(乾期)에는 바닥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지 않은 하수' 얕게 흐르는 곳입니다. 물의 상태로 봐서는 '시궁창'이란 표현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듯싶습니다.


  물고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석축 끝자락에 앉아 개천을 들여다보고 있었을까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고 있었겠죠. ㅎㅎ 고개는 숙여졌고, 몸은 앞으로 더 내밀어졌습니다. 물리학의 법칙을 거역할 순 없습니다.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되는 순간 어느새 시궁창 바닥으로 제 몸이 고꾸라집니다. '철퍼덕!' 거기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다음 기억의 장면은 마당 수돗가로 이어집니다. 옷이 벗겨지고 물로 몸을 씻어낸 후,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 안에서 펼쳐지는 '시궁창의 향연'이 하루종일 저를 따라다닙니다.


  아내는 고명딸인지라 누나들과 함께 뜨개질, 사방치기, 공기놀이, 인형놀이를 하던 저와는 달랐습니다. 오빠와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총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또 어릴 때, 또래 친구와 놀다가 객기로 퇴비 '분뇨 통' 가장자리를 걷다가 발을 헛디뎌 빠져 죽을 뻔했다고도 합니다. 당시 지나가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똥통'에서 건져내어졌지만 자칫 웃지 못할 비극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하죠. 엄마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진동하는 '똥냄새의 향연'이 집에 가득했다는 전언(?)이 있습니다.  나는 '시궁창'에, 아내는 '똥통'에 빠져 봤으니 초록동색(草綠同色)의 연(緣)으로 부부가 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1905년 황성신문에 게재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처럼 이날을 목놓아 크게 울고 싶은 작금의 정치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정의를 쓴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던지는 자'들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불법과 위법, 폭력과 거짓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잠시 '시궁창'과 '똥통'에 빠진 것 같지만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하는 정상 국가로 빠르게 복원될 것이고, 혼란으로 인한 '더러움의 향연'이 곳곳에 남아 있을지라도, 결국은 진정되고 사라져, 갈대와 꽃창포가 살아나고, 부들개지와 붓꽃이 만연한 '맑은 개울'로 재창조될 것을 믿습니다.


아모스 5장
정의를 쓴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던지는 자 들아(7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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