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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Feb 15. 2022

21세기 귀족(고개를 들어 일본을 보라)


특히 2008년의 금융위기의 수준은 독자들이 역사책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한 세대이기에 그 위기가 어떠했는지 잘 알 것이다. 도미노 현상이란 표현 그대로 부동산 거품이 만들어낸 연쇄적 문제는 단지 부동산 시장에 국한되는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다.


은행업계부터 시작하여 모든 산업 부문을 무너뜨려 해당 국가의 경제를 마비시키고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오, 나아가 전 세계 경제에 전례없이 거대한 악영향을 미친다.(금융경제에선 ‘데낄라 현상(Tequilla Effect/Shock/Crisis)’이라고도 함) 그만큼 부동산 주택 거품의 규모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1879년에 쓰여진 아래의 글을 읽어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겪은 후에 쓰여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까닭도 바로 이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불황은 갑작스레 오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발작처럼 일어났다가 후에는 탈진한 것처럼 상대적인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모든 면에서 이상 없이 잘 움직이고 상공업이 활기를 띄면서 확장되다가 청천벽력처럼 갑자기 충격이 와서 은행이 붕괴되고 큰 제조업과 상업이 실패한다. 전 산업조직에 큰 충격을 가한 것처럼 실패에 실패가 거급되며 모든 분야의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고 자본은 수익 없는 증권처럼 전락하게 된다.[1]


아래의 자료는 2008년 경제위기를 전후로 하는 세계경제 성장률 변화다.[2]



명백하게 현대 경제위기와 그 뒤를 잇는 경제침체의 주된 이유는 부동산 버블 때문이며,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에 더이상의 근거는 필요 없을 듯하다. 프레드 폴드배리(Fred Foldvary) 등의 학자들이 일찍이 토지 및 부동산을 그 원인으로 하는 경제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을 통하여[3] 뒤늦게나마 토지에 직결되어 있는 리카도, 헨리 조지의 경제학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문제의 핵심은 근현대 경제사상과 이를 기반으로 제정된 부동산 관련 ‘법’들은 모든 종류의 지대를 지주가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주택 등의 건물일지라도 이는 토지에 기반한 자산으로서 필수성, 희소성이라는 특징이 있어 금융수익성이 높은 동시에 대도시 등은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으로 금융수익성은 더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개인과 가계는 막대한 모기지대출과 낮은 홈 에쿼티를 감수하더라도 주택을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과 이에 부합하는 경제행위를 하게 된다.(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라 이성적 과열) 자연스레 은행(기관)과 국민, 양자는 부동산담보대출이라는 접점에서 만나고 이러한 경향은 주택 가격이 올라갈수록 강화된다.[4] 결국 부동산 버블로 인해 고리 2 즉,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고리 1과 고리 2의 공통점은 ‘주택 수요 상승’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반하여 말하자면, 이러한 개인들의 미시적 경제행위가 모여 거시적으로는 한 국가 안에서의 신용 총액 증가, 주택가격 버블 형성,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를 이끌고 종국에는 2008년의 미국처럼 ‘주택시장으로부터 시작되는 금융위기(credit-financed housing bubbles)’을 초래한다.[5]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또, 위의 도표에서 보듯이 현대 경제위기에서 부동산이 원인으로서 기여하는 바가 커지는 것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2006~2009년 동안 주택 가격은 50% 하락했고 금융위기 침체 기간 통틀어 증발해버린 주택가격의 총합은 5.5조 달러였다.[6]


그러면 이와 같이 부동산시장의 문제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다른 위기들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해악은 어느 정도 클까. 부동산 레버리지의 비율이 높을수록, GDP 대비 대출액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침체의 크기가 커지고 경제회복 및 1인당 실질 GDP 등에 대한 충격이 커진다.[7]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5년 간 연간 실질 GDP의 약 1/5가 감소하는 수준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에 비하자면 논모기지대출로 인한 경제위기는 미미한 수준으로 비춰질 정도이다.[8]


 실제로 2차 대전 이후 주식 시장 과열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비교하자면 부동산 금융위기는 그 경제침체의 규모도 더 크고, 회복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및 시간과 1인당 실질 GDP에 미치는 악영향도 더 심했다.[9] 양자를 비교하는 좋은 사례는, 미국 내에서 2000년에 터진 닷컴 버블과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가 될 것이다. 아래 자료를 보라.[10]


<1995~2000년 미국 연간 GDP 성장률>


특히, 가계부채와 음의 상관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소비지출이라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매우 주목할 만하다.[11] 가계부채가 급증한 국가일수록 침체기 동안 소비가 가장 위축되고 경제는 그만큼 둔화된다. 한 국가 내에 소득 분위로 구분한 지역 단위의 차원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12]


도쿄 전경(나무위키.)


일본도 버블이 경제를 지탱하는 와중이었던 1988년에 GDP성장률은 6.8%였는데, 버블이 터진 1991년도에는 정확히 반토막이 나서 3.4%로 추락했다. 서로 약속이라고 한 듯이 같은 기간 즉, 1988년에 민간 소비지수는 5.6%였다가 버블이 터진 직후인 1991년에 정확히 반토막이 나서 2.8%로 떨어졌다.[13]


 그 다음해 일본 GDP성장률은 0.8%였고, 그 다음해에는 -0.5%였다. 세계 경제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대목인 일본경제의 버블 붕괴의 기저에는 부동산 버블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일본의 지가(전국 전용도 평균 기준)는 1980~1991년 동안 두 배의 가격으로 폭증했었다.[14] 위와 같이 경험적으로 부동산 버블과 경제성장률은 음의 관계에 있으며, 결정적으로 최근의 국내 연구는 주택가격의 버블의 증가와 GDP 성장률의 하락은 높은 관련성이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15]


한편 레버리지 수준으로 구분한 가계 단위 차원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였음은 물론이다.[16] 물론 우린 2차 대전 이후 그 가계부채에 가장 비중을 가진 요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주택대출이다. ‘주택대출의 증가-가계대출의 증가-경제위기발생확률’의 증가의 상관관계는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밀접하다.[17]


 “주택대출, 가계대출, 경제위기는 모두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가족이다”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단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George/김윤상 옮김, 『진보와 빈곤』(비봉출판사, 2016), 286쪽.

[2] 정영식 외,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8), 그림 1-2.

[3] Fred Foldvary, 1983.

[4] Haibin Zhu, “What drives housing price dynamics”, BIS Quarterly Review(2004.03), p. 72.

[5] Òscar Jordà, Moritz Schularick, Alan M. Taylor, “Leveraged Bubbles”, 2015.

[6] 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빚으로 지은 집』(열린책들, 2014), 63쪽, 153쪽.

[7] Òscar Jordà, Moritz Schularick, Alan M. Taylor, “When Credit bites back”, 2011.

[8] Òscar Jordà, Moritz Schularick, Alan M. Taylor, “The Great Mortgaging”, 2014.

[9] Òscar Jordà, Moritz Schularick, Alan M. Taylor, “When Credit Bites Back”, 2011.

[10] TRADING ECONOMICS, 2021년 2월 13일 접속, https://ko.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gdp-growth-annual.

[11] 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전게서, 58~70쪽.

[12] 상게서, 58~59쪽.

[13] 이봉석, 국토건설성 토지연구소, “일본의 부동산가격 급등의 특징과 그 대응”; 대한주택공사, “주요국의 부동산사격 급등현상과 정책대응에 대한 비교연구”, 2008, 118쪽에서 재인용.

[14] 정영식 외, 전게서, 166쪽.

[15] 상게서, 143~144쪽, 151쪽.

[16] 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전게서, 66쪽.

[17] 상게서,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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