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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Y Mar 10. 2024

06 그저 그런 인턴경험도 인생의 소재가 된다.

인턴 디자이너로 고민하는 모든 디자인학도를 위해

2023년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날 때 즈음 복학준비를 위해 약 10개월 간의 인턴생활을 마치게 되었다. 1년이 되지 않은 기간 중 절반 이상은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소모하였고 남은 것들 중 일부 만이 디자인 실무 경험이었다. 그랬기에 짧았던 인턴경험 만으로 독립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했고, 내세워 자랑할 만한 커리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턴을 포함한 수습기간은 배움의 시간으로 충분하다 하나 무엇을 배웠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난 배움 말고도 인턴 디자이너 경력의 쓸모를 찾으려 했다. 성취 지향적인 모습이 아쉬웠지만 ‘경험이력‘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뒤였다. 그래서 나는 인턴 디자이너의 경험에서 느꼈던 좌절감에 텐션을 더해 도약 스토리텔링을 전개하기로 했다.


보통의 것을 최선을 다하여 닦아내기

인생에는 걸음마를 떼었던 순간부터 셀 수 없이 많은 경험들이 있다. 그리고 경험을 회고하고 다른 경험과 함께 이어서 어떻게 ‘나의 경험’으로 녹여내느냐가 나의 가치를 단단하게 엮어준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인턴생활은 아쉬움에서 오는 좌절이었다. 아마 첫 시작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의 괴리감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 첫 인턴 경험은 ‘아쉬움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과정의 시작’으로 정의되었다. 그제야 01. 무조건 열심히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사실 02. 성급함은 느긋한 자유를 이길 수 없다는 깨달음 03. 모든 것에 너무 진심일 필요는 없다는 여유를 가진 채 나를 되돌아보았다. 회고한다는 것은 멋진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 부끄러운 민낯도 꺼내어보며 방향성을 다듬어 가는 것이다.


허물을 닦아내어 단단하게 메꾸어주기

실패를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반대인 성공의 길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실패를 깊게 파고들기 위해 주변인에게 나를 낮추며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나의 작업은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남들에게 내 작업은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지와 같은 것들은 디자이너로서 일을 대하는 태도를 세심하게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한 방향성을 향하고 있었다. '그윽함'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멋져 보이는 작업이 아니라 과정과 흔적들이 함축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것들 사이에서 함께 쉬어가도록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들은 내가 디자인을 하려는 이유이자 번아웃에도 디자인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이다. 그리고 실패를 연구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대로 길을 내어주기

내 멋대로 정의한 '그윽한 디자이너'는 쉬운 편법과는 멀어져야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턴 디자이너 경험 한 번만으로 커리어 성공을 운운하는 것은 맥락에 맞지 않는 것이다. 결국 현재 인턴 경험으로 겪고 있는 성장통이 쌓여 진정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렇게 도전한 다음 도약은 '신진예술인지원사업'이다. 당장은 포트폴리오보다 예술인으로서의 가치관을 보고 사업성을 평가하는 사업이 내가 진정한 직업관을 가진 채 나아가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만일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나의 목적은 항상 자아를 깊게 알아가는 데에 두고 있지 돈이 아니기에 운운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하였다. 



제목처럼 그저 그런 인턴 경험 하나로 이렇게까지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만, 심드렁한 나의 고민들을 주저 없이 적어내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이다. "우수한 경험만이 우수한 결과만을 내지는 않는다" 

우수했던 아니건 특정 경험이 나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과정이었음에 틀림없다.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이 끝은 아니겠다만 더욱 깊어질 나의 그윽함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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