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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Y Mar 19. 2024

ep.4 Nachbar (2)

브랜딩 하지 않는 브랜드, 나흐바 Nachbar



나흐바 오프라인 경험 파트에서 이어집니다.


NOEY: 나흐바의 기획, 사장님의 에디터적 시선을 이야기하셨잖아요. 저는 이쯤에서 나흐바가 유명해진 경로가 궁금해요. 사장님이 카페 업계에서 원래 유명했던 분인지, 아니면 특별한 배경 없이 인스타그램만으로 유명해졌는지요. 인스타그램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 대단한 기획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잔잔: 일단 인스타그램이 큰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해 보여요. 우선 나흐바 인스타그램은 공식 계정과 사장님 개인 계정으로 구분 가능한데, 공식 계정의 전개 방식은 여느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대신 사진의 감도가 깊고 문체 또한 감성적이고 깔끔한 게 특징이죠.


Changito: 맞아요. 글이 굉장히 담백하더라고요. 전체적인 톤도 마음에 들고요.


잔잔: 네, 글에 꾸밈이 없어요.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고요. 자전적인 글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요. 사진도 정갈한데, 카페 내부를 보여주는 촬영 구도가 다양해 공간에 입체감을 더하기도 하고 카페 앞 벚나무를 활용한 사진들로 계절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어요. 속초 라이픈 카페의 원두를 바다 배경으로 올렸던 적이 있는데, 소소한 센스도 느낄 수 있었고요. 오프라인 공간에 나타나는 꾸밈없는 모습이 온라인에서도 이어져요.


그중에서도 나흐바 온라인 브랜딩의 강점은 따로 있어요. 초창기부터 팔로우해 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나흐바는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매 순간 디테일하게 전했어요. 고객들은 피드를 통해 시공부터 현재까지 카페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여전히 깊은 시선으로 매일의 일상을 전하고요. 카페가 잠시 문을 닫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사장님은 꾸준히 진행 상황과 본인 생각을 공유했어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본인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내용들이요. 모든 과정을 공유하면서 고객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쌓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많은 과정을 랜선으로 함께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카페와 사람을 응원하고 있었고요. 나흐바 고객들도 카페를 넘어 사람 자체에 스며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Changito: 이런 게 브랜드 스토리 아닐까요? 말 그대로 이야기잖아요. 브랜드가 걸어온 길을 일상적인 톤으로 전하며 ‘나흐바’라는 서사를 완성하고 공감을 얻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나흐바는 훌륭한 스토리텔러라고 말하고 싶어요.


잔잔: 맞아요. 그 자체로 큰 자산인 거 같아요. 초창기 모습과 최근 모습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감동을 전해요. 훌륭한 브랜드 스토리이자 콘텐츠인 거죠.


특히 계산 없이 날 것의 감성으로 스토리를 전하는 데 주목하고 싶어요. 취향이 맞는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 포인트죠. 사장님 스스로 본인 취향이 통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듯하고요. 사장님 개인 계정에는 종종 새벽 서촌 거리나 어둑어둑한 아침 나흐바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이 올라와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특정 메뉴를 내지 못하는 날에는 구체적이지만 변명하지 않는 글로 상황을 전하고요. 솔직 담백한 이야기는 사장님과 고객, 더 확장하면 브랜드와 고객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NOEY: 그래서 나흐바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진정성’인 거 같아요.


잔잔: 맞아요. SNS로 진정성을 전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참 신기해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일종의 보상심리를 가지지 않을까 싶은데, 나흐바는 그런 심리와 거리가 먼 브랜드 같아요. 이 또한 진정성 때문이겠죠?


Changito: 설명하는 대신 느끼게 하는 콘텐츠가 있는 반면, 브랜드는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보다 빠르고 직접적인 전달을 원하기 때문인 거 같고요. 그럼에도 나흐바는 설명하는 대신 느끼게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방식이 나흐바를 브랜드이자 가치를 담은 예술 콘텐츠로 이해하게 해요.


잔잔: 맞아요. 나흐바는 전형성을 탈피한 거 같아요. 후킹 포인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살짝 들여다보면 ‘느끼게 하기’를 수행하는 요소가 정말 많아요. 나흐바에 숨겨진 가치와 의미를 읽어내고 느낀 사람들이라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고객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매월 인스타그램 고정 게시글을 통해 휴무일을 안내하고 있다.


NOEY: 저는 그런 측면에서 나흐바가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저는 이성적인 톤으로 짜임새가 완벽할수록 매력을 느끼거든요. 대표적으로 ‘프로토콜’이라는 카페가 떠오르는데요. 나흐바의 온, 오프라인 공간은 ‘감각적’이라기보다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는 인간미 또는 자연미로 느끼겠지만 저는 오히려 ‘조금 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나흐바 인스타그램의 최근 게시물들도 안개 낀 것처럼 다소 희뿌연 느낌이었는데 대비감이 들도록 보정하면 더 깔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잔잔: 저도 그 부분이 참 재미있는 게, 치밀한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카페는 이성적 관점에서 요소 별 평가와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나흐바는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기 애매한 거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카페를 이해하는 취향이 갈리는 듯하고요.


NOEY: 이런 종류의 카페가 흔하지는 않은 듯한데.. 물론 공간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는 찾을 수 있지만 나흐바가 택한 브랜딩 방식은 찾기 어렵지 않나요. 이걸 브랜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잔잔: 저도 이런 느낌의 카페는 거의 본 적이 없어요. ‘팬을 보유한 카페 대표’라고 했을 때 카멜 커피라는 예시가 떠오르지만, 나흐바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에요. 카멜 커피 대표님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흐바와 달리 기업 같은 느낌이랄까요. 대외활동도 진행하고 유튜브도 운영하고요. 카멜 커피는 스스로를 브랜드로 이해하고 확장하는 느낌이라면, 나흐바는 개인 일기장 같은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월드가 형성되어 가는 게 신기하고요.


NOEY: 사실 브랜딩이라고 하면 디자인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브랜드 만드는데 로고정도는 있어야지’라면서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로고를 담은 명함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시스템이 무한정으로 확산되기도 해요. 물론 필요함과 동시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명확한 자기 세계관이 없다면 쉽게 무너지더라고요. 그런데 나흐바는 규정된 로고도 없고, 카페를 관통하는 일관된 디자인 컨셉도 없는 듯해요. 공간을 제외하면 사장님의 시선을 담은 저널링이 거의 유일한 브랜딩 요소로 보이고요. 단순한 표현 방식을 택했음에도 깊이감이 느껴져요. 그만큼 나흐바의 뿌리가 튼튼하다는 말이겠죠.



credit

잔잔 https://brunch.co.kr/@47ccab485f0f485

NOEY https://brunch.co.kr/@5028f3dfcd7649c

changito https://brunch.co.kr/@chan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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