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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Sep 21. 2024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한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행복은 다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편이었다.

아이들에게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아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

아내에게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남편...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고 참 소박한 삶이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식이 내 맘 같지 않은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뼈에 새기며 가슴 아파해야 했고,

살 비비며 수십 년을 살아도 돌아서면 남일뿐이라는 차가운 말을 듣는 상황마저도 견뎌내야만 했다.


지긋지긋한 한국을 벗어나 살겠다고 나갔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더라도

학교를 운영한다고 하는, 자신들은 그저 단순한 월급쟁이들과는 다르다고 하는 이들이 얼마나 허술하고 허접한가를 보면서도 나는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야만 했다.


내게 학교를 왜 직접 운영하거나 꼭대기에서 진두지휘하지 않고 참모노릇만을 하냐고 한숨 쉬며 묻던 이에게 딱히 뭐라 답을 내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들이 사는 세상은 허술했고, 허망했으며,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찌는듯한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며 꾸역꾸역 징역 같은 하루를 보내는 이 시간에도....

갑작스레 가을장마 같은 것이 온 천지를 후려치며 비릿한 내음을 뿌려내는 것을 보며 보내는 이 주말에도...


별 것 아닌 소박한 생활들이 그리워졌다.

내가 읽고 싶던 책을 찾아 펼쳐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 마시며 읽는 것.

쌓아두었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하나씩 정리하며 완성된 글을 만들어나가는 것.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주제와 분야에 맞춘 논문을 써 내려가는 것.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를 특강으로 소개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소개하는 것.

뜻 맞는 이들과 오래 묵혀둔 와인에 내가 내어주는 요리들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들과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가르치고 몸으로 부대끼고 나서 사우나에 가서 지내는 것.

해 먹을 요리를 위해 냉장고를 가득 채울 맛난 것들을 마트에 카트를 끌며 채워오는 것.

정부에 불려 가 한 자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를 운영한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아니며,

대단한 중앙일간지에 쓸 칼럼을 쓰는 것도 아니며,

새롭게 상장할만한 정도의 아이템을 개발하며 유명세를 탈 것도 아닌...


그저 소박하게 가족과 함께 웃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 일이 왜 이렇게 힘겨운 일이 되어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 후에 

이 힘겨운 시간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싶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갑작스러운 산사태에 죽다 살아나 가까스로 자기 한 몸만 부지하여 외딴 학교 실내 운동장에 피난민처럼 앉아 있을 사람들이 남쪽에는 적지 않게 생겨났다고 한다.

자기 집도 한 칸 없이 밖으로만 전전하며 사는 공사업자가 비가 많이 와서 새는 집주인을 만나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는 집주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잠시 생각해 본다.

바라고 소망하면, 곧 그리 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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