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검무적 Dec 16. 2024

2024년 대한민국 경찰이 고작 이 수준밖에 안 되나?

당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법률까지 엿가락으로 만드는 자들의 전횡 (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54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 접수가 되었다고 피드백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온다. 젊은 경찰 담당자가 자신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경찰청 국민신문고 담당이고 이 통화를 모두 들었으니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자신에게 올 거라 확신했던 대로 될 거라 믿고 싶었다.


  웬걸, 아니나 다를까, 처음 보는 여자 경찰의 이름이 담당자로 배정되었다고 뜨더니 바로 경찰청 국번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국민신문고 민원 넣으신 것 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여기 담당자 이름이랑 직함까지 다 넣으셨는데 저한테 배당이 되어서요.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드렸어요."


  가지가지한다 싶었다. 


  "거기 적은 내용 그대로, 그 사람이 자기 이름 앞으로 올 거라며 그렇게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교통기획과의 담당자가 그 친구 아닌가요?"

  "아, 그러셨군요. 미리 전화통화도 하셨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어디 저 밑에 남도 지방 파출소 분소도 아니고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뻔한 지 매번 확인하면서도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민원을 제기하면 공식적인 루트를 밟아 일을 처리하겠다던 담당 경찰은 다시 뻔질나게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교수님. 정말 죄송한데요. 강남구청 쪽에 전화를 했는데 제 말을 잘 안 들어요. 제가 미치겠네요. 관련자료도 계속 찾아보고 있고, 우리도 법률을 검토하는 분들이 계셔서 물어보고 했는데, 하나같이 다들 황색 실선은 표지가 함께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주정차 금지라고들 하세요."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그의 태도가 바뀌는 것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날이 서기 시작함을 느꼈던 것도 그즈음이었다.

  "후우~! 이것 봐요. 그러면 새로 개정하면서 황색 복선을 뭐 하러 설치했느냐고 그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원래 황색 실선이 주정차 금지였는데, 그거 하나만 쓰면 되지 뭐 하러 복선이라는 걸 만들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합니까? 그냥 황색 실선만 쓰면 되는데, 황색 복선을 만든 이유가 뭔지 물어보라고요."

  "아니, 교수님 설명을 듣고 보내주신 이메일을 보면 그렇긴 한데, 안에서 물어보면 다 아니라고들 하고 강남구청 주차관리팀장은 아니라고 계속 우깁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게 지금 경찰청 본청의 교통기획과 담당자라는 사람이 할 말입니까? 본인이 판단이 없어요? 지금 서로의 주장이 다르거나 입장이 다르거나 그럴 여지가 있거나 한 부분이 있나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자 그가 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저도 미치겠습니다. 정말 중과부적입니다."

  (이 사자성어가 비상계엄 사태라는 희대의 해프닝을 벌이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뱉은 말이라는 후문에 두 경우 모두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고 그들의 귓방망이라도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게 다수결로 결정하는 문제인가요?"

  "아니긴 한데, 이게 그러니까 제가 그렇지 않아도 저희는 법령에 근거해서 하고 문서에 근거해서 처리하는데, 가장 최근에 법령이 또 조금 바뀌었어요."

  "바뀌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해설하고 설명한 가장 최신의 자료인, 경찰청에서 작성된 23년도 편람에 보면요. 주정차 금지에 대해서는 황색 복선은 물론이고 황색 실선도 기본적으로 도로 지면 표시가 표지에 우선하기 때문에 주정차 금지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 자료를 나한테 다시 첨부해줘 보세요. 대신 지난번에 4장짜리 문건 보냈을 때도 그랬는데, 본인이 헷갈린다고 이게 반대 증거라고 보냈는데 오히려 내 주장이 확실하다는 점을 더 확고하게 해주는 근거일 뿐이었잖아요."

  "......."

  "그랬잖아요. 왜 대답을 못해요?"

  "네. 그렇긴 한데..... 이게 가장 최근 자료인 23년 편람을 보면...."

  "알았다고요. 알았으니까. 그 편람인지 뭔지 가장 최근 자료를 나한테 이메일로 첨부해서 보내주고, 이번에도 이 자료가 내 주장을 더 확실하게 입증하는 자료라는 걸 내가 설명하면, 이번에는 다시는 말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네?"

  "맞잖아요. 나는 아직 그 자료를 못 봤는데. 본인이 가장 최근의 경찰청 근거자료를 보니까 아니라고 쓰여 있고 그것 때문에 헷갈린다면서요."

  "네? 아, 네."

  "그러니까 내가 그 자료를 이메일로 받아서 검토한 다음에 내 의견을 문서로 작성해서 보내줄 테니까 그 근거자료가 내 주장이 맞다는 걸 입증하는 경우가 또 발생을 하면 이젠 중과부적이니 다수결이니 이따위 소리하지 말고 경장도 아니고 경사도 아니고 본인 직위에 맞게 제대로 일처리, 하는 걸로 합시다."

  "일단, 알겠습니다. 이메일로 편람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그에게 받은 경찰청에서 작성된 23년도 편람이라는 것을 받았다. 파일제목이 '2023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이라고 작성된 무려 132페이지짜리 해당 자료는 전국의 경찰서에서 관련 사안으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기준을 삼으라고 경찰청 본청에서 작성하여 배포한 것으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검색되고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공개된 자료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이 문건은 경찰청의 공식적인 입장인 셈이었다.(참고로 24년 편람은 아직 작성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25년에 작성되어 나오는 것인지 없었기 때문에 23년 편람이 가장 최신판이라는 그의 설명은 맞는 말이었다.)


  교통기획과의 담당자가 곤란하다며 들먹였던 황색 실선과 황색 복선에 대해서 구분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부분의 페이지를 찾아서 읽었다.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관련된 부분만을 그대로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해설

「정차・주차금지」는 노면표시가 교통안전표지에 우선한다. 단, 적설이나 결빙 등으로 노면표시의 효과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정차・주차금지(218) 표지를 병설한다. 특정 차량이나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516)에는 노란색단선을 설치하며, 이 경우에는 보조표지를 이용하여 대상차량과 시간 등을 병기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주정차금지구역’ 등의 문자는 노면에 쓰지 않는다.

  정차 및 주차를 시간 및 기간에 관계없이 모두 금지한 경우(516의 2)에는 노란색복선설치하며, 이 경우에는 보조표지를 설치하지 않는다. 구역・시간・방법 등에 따라 정차 또는 주차를 허용한 경우에는 노란색단선을 설치한다. 이 경우 교통안전표지와 보조표지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도대체 여기의 어디를 보고 경찰청 본청 교통기획과에 근무하는 젊은 경찰이 혼란을 겪었다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위 설명은 그림이니 뭐니 다 복잡하게 설명해 놓고, 전국의 순경이나 경장, 경사급의 좌충우돌하는 경찰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이라고 해서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은 자료인 듯 보였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페이지까지 콕콕 찍어서 유치원생도 알아듣기 쉽게 그리고 명료하게 위에 보고하기도 좋고, 공문을 작성할 때 바로 복붙 할 수 있도록 문건까지 작성해서 첨부해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내내 연락이 없었고, 내 연락도 받지 않다가 5번이나 폭풍 전화질을 한 끝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어떻게 된 거죠?"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5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