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스키 여행 - 9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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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어로서, 해석하면 ‘고요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의 ‘테인(Tain)’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하며, 연간 9만 리터가량을 생산하는데 작은 증류소의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다. 다른 증류소와는 달리 글렌모렌지는 숙련된 한정 인원으로 위스키 생산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데 이를 현지에서는 ‘테인의 16인’으로 일컫는다.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 중 글렌피딕, 맥캘란, 더 글렌리벳과 같이 거의 항상 매출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인지도가 높은 싱글 몰트 위스키, 되시겠다.
스코틀랜드 내에서 가장 목이 긴(5.14 m) 증류기를 갖고 있는데, 이는 증류소를 정식으로 설립할 무렵(1843년)에 자금난으로 인해 진을 생산하던 중고 증류기를 들여온 데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인 스카치위스키 생산 시 연수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글렌모렌지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경수를 사용하는데 근처의 Tarlogie 수원을 이용한다.
한 번 생산시 46,000 리터의 wash(본격적으로 증류하기 전의 발효주)를 증류해서 그중 5,000 리터의 Spirit를 채집하는데, 이는 증류 시 초류와 후류를 제외한 중간부분만 채집한 것이다. 이는 가볍고 섬세하며 우아한 성질을 가진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이다.
피트를 사용하지 않으며 숙성에는 주로 버번 오크통을 사용한다. 그래서 글렌모렌지를 접해보면 섬세하고 복잡한 향 사이로 버번위스키에서 비롯된 바닐라향을 느낄 수 있다. 이 버번 통은 처음에 미국 미주리주의 오작크산에서 나무를 선별해서 만들고, 이를 버번위스키 제조업체 (잭 다니엘, 헤븐 힐)에 빌려줘서 먼저 위스키 숙성에 쓰도록 한다. 그리고 나서 숙성을 끝낸 빈 오크통을 다시 회수, 재조립하여 글렌모렌지의 숙성에 쓴다. 이를 3번까지 재사용한다고 한다.
전 증류소 중, Cask를 가장 잘 만들고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들이 기울이는 노력을 집착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 Wood finish(다른 캐스크를 사용한 추가 숙성)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것도 이곳. 셰리, 버번만이 아닌 포트 와인 통, 심지어 프랑스 소테른, 마고 와인의 캐스크까지 사용하여 다채로운 에디션을 출시한다.
대중적인 싱글 몰트인 글렌피딕보다 먼저 싱글 몰트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기존의 숙성시키던 원액을 각기 다른 와인 오크통을 옮겨 추가 숙성을 시킨 우드 피니쉬(Wood Finish)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증류소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희석하지 않은 원액 (Cask Strength) 제품을 공식적으로 출시한 첫 증류소이기도 하며, 검게 볶은 맥아를 위스키 제조에 쓰거나 아예 새 오크통에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등 이런저런 선구자적인 새로운 시도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 오리지널(Original)
버번위스키 캐스크에 10년 숙성, 40%
글렌모렌지를 대표하는 제품인 오리지널은 증류소가 해안에 있어 온화한 기후와 함께 전통적인 구조의 흙 저장고를 사용하여 위스키가 제대로 숙성되게 해 준다.
우아한 백조 목 모양의 증류기에서 뽑은 위스키를 이전에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오크 통에다 넣어 10년간 숙성시켜서 만든다. 오리지널 위스키에는 섬세한 플로럴 향과 더불어 버번위스키를 보관했던 통에서 얻은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배어 있다. 이밖에도 미국 미주리 주의 오자크 산맥에서 자란 오크 나무를 자연 건조하여 만든 통인 ‘디자이너 캐스크’를 전보다 높은 비율로 사용한 특성이 있다.
• 라산타(Lasanta)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와인 캐스크에 2년 추가 숙성, 43%
초콜릿을 입힌 건포도, 벌집, 부드러운 캐러멜 토피 아로마가 감각적이다. 호두, 버터 토피의 맛과 함께 스페인산 셰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풍부하고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향긋한 오렌지와 초콜릿을 입힌 헤이즐넛의 풍미가 입안에서 만족스럽게 지속된다.
글렌모렌지 라산타는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캐스크에서 최소 10년 이상 숙성시킨 다음, 이를 스페인산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로 옮겨 추가 숙성시킨 것이다. 라산타는 ‘따뜻함과 열정’이라는 의미이다.
• 퀸타루반(Quinta Ruban)
포트 와인 캐스크에 4년 추가 숙성, 비냉각여과, 내추럴 컬러, 46%
밀감과 벨기에 초콜릿 민트 칩 향기로 가득하다. 육두구 향, 백 단 목재에서 풍겨 나오는 사향 냄새가 기분 좋게 뒤섞이며 진한 다크 초콜릿을 입힌 호두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레몬과 장미 향 젤리, 시폰과 같은 질감에 신선한 오렌지의 맛과 향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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