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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Oct 30. 2021

민주당은 바람 선거, 국민의힘은 대세론

여야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 비교

  최근 국회에 근무하는 분께서 저에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왜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이 다른지 물어봤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번 기회에 그간 여야의 대선 경선은 어떤 차이가 있었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분석해보게 됐습니다.


  '노무현 신화'의 토대가 된 민주당 전국경선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순회경선을 거쳐서 지역별로 후보자의 득표를 공개하면서 경선의 열기를 끌어올립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로 토론회만 진행한 뒤 한 번에 결과를 종합 발표해 승부를 내는데요. 각 정당이 서로 다른 후보 선출 방식을 가진 것은 정당의 집권 전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전국순회경선 방식을 차용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부터입니다. 당시 당내에는 이인제 후보가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었으나 야당 후보에 비해 본선 경쟁력을 떨어졌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여당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정당 사상 최초로 전국순회경선을 계획합니다. 


  당시 민주당은 집권여당이었지만 의석수로나 지역구도 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영남을 기반으로 한 야당인 한나라당에 비해 세력에서 열세였죠. 이를 극복하고자 바람을 일으켜 새로운 후보들이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인데요. 광주에서 부산경남 출신인 노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등을 차지하면서 순식간에 '노무현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게 됩니다. 광주가 뽑은 부산 후보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죠.


  이때 생겨난 전국순회경선의 전통은 꾸준히 이어지게 됩니다. 이후 2007년 재편된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1개월 간의 전국순회경선을 통해 정동영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합니다. 2012년부터는 '친노무현계'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면서 경선 참여자 수가 급증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친노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문재인 후보가 2012년과 2017년 최종 후보로 선정되죠. 이재명 후보 역시 선거인단 방식을 결합한 전국순회경선으로 후보에 선출됐습니다.


  민주당의 방식은 그야말로 바람을 일으키는데 적합합니다. 전국에서 순서대로 선거가 치러지고 후보별 득표가 공개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죠. 급부상한 후보가 대세론을 누리는 후보를 꺾는 이변이라도 나온다면 웬만한 드라마 못지않은 흥미와 감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민주당이 이 방식을 이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권력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지만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조직선거에 약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관변, 직능단체 대부분이 지금의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더 가까웠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조직선거가 아닌 바람으로 선거를 치러야 승산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거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경선 불복 논란이죠. 10여 차례에 걸쳐 결과가 발표되다 보니 조직동원,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죠. 특히 자신의 텃밭에서 예상외의 패배를 당한 후보들이 추산과 실제 득표가 다를 때 문제를 제기하곤 합니다. 2007년에는 손학규 후보 측이 정동영 후보의 관건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칩거에 들어가는 등 경선 잠정 중단 사태까지 발생했죠. 


  모바일 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2년 민주통합당 선거에서도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모바일 투표에서 자신들의 득표가 무효표 처리가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울산 경선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막판 대장동 특혜 개발 논란으로 득표율이 급감하면서 결선투표 여부를 두고 이낙연 후보 측이 당에 공식 이의제기를 하는 등 잡음이 일었습니다.



  인물 중심 대세론 굳히는 보수정당 경선


  반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대세 인물 중심의 선거를 치르는 전략을 주로 활용합니다. 전국순회경선이 아니라 하루에 모든 결과가 발표되는 원샷 경선 방식을 통해 변수 없이 대세론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2007년 한나라당은 앞선 2번의 대선 패배를 거울 삼아 국민참여인단 선거를 치르되, 여론조사와 선거인단을 50%씩 반영하는 투표 방식을 고안합니다. 큰 틀에서 그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죠.


  원샷 발표다 보니 경선 불복 논란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적고, 대세론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예외적으로 치열했던 2007년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승복 선언을 하면서 표면적 갈등은 일찍 봉합됐죠.


  2012년 새누리당 경선에서는 당내 압도적 대세론을 누렸던 박근혜 후보가 무려 84%를 득표하면서 승리했습니다. 탄핵 직후 무관심 속에서 치러진 2017년 자유한국당 경선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54.2%의 득표율을 올려 최종 후보로 확정됩니다. 


  이 방식은 대세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손상을 입는 면을 최소화합니다. 강력한 인물을 후보로 가진 경우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점이 있죠. 그러나 민주당과 같은 역동성이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역동성 부족은 2002년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죠. 


  결국 각 정당의 선거 전략에 따라 전통적으로 선거 방식 차이도 나타나는 셈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전국순회경선을 치렀지만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터지면서 흥행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3차 선거인단 경선에서 큰 표차로 패배하면서 불안감을 낳았죠. 반면 국민의힘은 막판 윤석열-홍준표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붙잡는 모양새입니다. 과열 경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면도 있지만요.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의 차이가 최종 본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대선을 흥미롭게 보는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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