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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Nov 01. 2021

최순실과 대장동..여야의 공격력 차이를 실감하다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화력 차이

  여의도는 늘 분주합니다. 하루 단위로 뉴스가 쏟아지면서 뉴스가 뉴스를 덮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간혹 대선을 앞두고 한쪽 진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이슈가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 대선 때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번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두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자세는 달랐는데요. 각 정당이 상대편의 약한 고리를 잡았을 때 어느 정도의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최순실 게이트' 대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저는 더불어민주당에 출입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국정을 의논하고, 대기업에게 후원금을 뜯어내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죠. 이는 전국민적인 촛불시위로 이어졌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당시 대통령 탄핵에는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나와 공정한 대한민국을 외쳤던 시민들의 공로가 가장 컸을 겁니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지만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 또한 매우 일사불란하고 조직적이었는데요. 당이 중심이 돼 광장의 여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탄핵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최초로 탄핵안이 가결되는 데는 민주당의 공헌이 컸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은 우선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 주관으로 비공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TF'를 구성했습니다. 법조, 문화, 체육계 등 이 사안을 추적할 수 있는 의원들을 조직해 비공개회의를 하고, 정보를 공유했죠. 여기서 나온 정보들은 사안에 성격에 맞는 언론사에 전달돼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진보언론, 보수언론을 가리지 않고 의혹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죠.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시위가 수십 차례 이어지는 데는 공분할만한 뉴스가 지속적으로 나온 영향이 컸죠.   


  당시 여소야대 의회에서 121석으로 소수당인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탄핵 동참을 설득하는 과정도 끈질겼습니다. 원내지도부는 매일 점검회의를 해서 다른 당 의원들의 투표 성향을 점검했죠. 상대당 의원들과 사적 인연이 있는 의원들을 지정해 전담 마크를 시켰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마크맨이 된 다른 당 의원들에게 밥을 사주고, 전화를 하면서 탄핵 동참을 이끌었죠. 가뜩이나 국민적 분노가 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끈질긴 설득 작업이 이어지니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재적 의원의 3분의 2를 훌쩍 넘는 234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됐죠.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을 제외하고도 100명이 넘게 탄핵에 동참했으니 엄청난 설득에 성공한 셈이죠. 국민의당을 비롯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계 의원 50~60명도 탄핵에 동참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225명가량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최종 예상했는데, 일련의 과정 자체가 민주당 지도부의 계획대로 이뤄졌습니다. 


  대장동 의혹 개인플레이 그친 국민의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좀 달랐습니다. 우선 사안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파헤치는 의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당내 TF는 구성됐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죠. 김은혜, 박수영 의원 등의 개인기가 있었지만 사안이 확장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나서서 의원들을 독려했지만 당 차원에서 이슈를 주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습니다. 

 

  10월 18일과 20일 치러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인플레이 집중했죠. 분명 당 지도부 주관으로 작전 회의도 했는데, 의원들은 각자 성토만을 늘어놓다가 핵심에는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당 대선 주자인 원희룡 후보가 자체적으로 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감에서 잘했다’는 답변이 1%에 그쳤을까요.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이 이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언론을 중심으로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계자들의 비위 행위를 지적하는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후보와의 결정적인 비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특검의 동력도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의원들과 보좌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내에서 정보 공유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각자도생 하는 분위기니까요. 


  물론 두 사안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현직 대통령이 관여한 데다 사안도 비교적 쉽고 명확했죠. 반면 대장동 의혹은 아직 대선 후보의 이슈인 데다, 이 후보의 연관성도 불분명합니다. 사안이 어려워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도 어렵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에는 국민의당이라는 의회 내 3당이 존재해 정치 협상이 가능했지만 범여권이 180석이 넘는 현재 국회 구조에서 야당이 특검을 관철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같은 사안에서 공수가 교대됐다면 어땠을까요? 제 생각에는 결과도 좀 달랐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안을 파헤치는 전략과 끈기에 있어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투사가 대접받는 민주당과 토사구팽이 익숙한 국민의힘의 문화 차이가 낳은 결과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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