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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Nov 03. 2021

국회의원이 대선 후보 수행까지 해야 하나요?

이해 안 되는 국회 문화들

  저는 4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각각 출입했습니다. 오랜 시간 출입을 하다 보니 국회 문화가 익숙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자의 관점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일반 유권자들에 비해 분명 국회 관행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편일 텐데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관습들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야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을 자신의 수행실장으로 쓴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당 원내대변인 출신의 한준호 의원을 골랐고, 윤석열 후보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감독 출신의 비례대표 이용 의원을 택했습니다.


  현장에서 수행실장이 하는 일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후보와 함께 일정을 다니면서 후보 동선을 확보하고, 현장 돌발상황을 정리하고, 핵심 인사들을 비롯한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이어주는 역할입니다. 후보가 언론을 상대로 백브리핑을 할 때 그 옆에 서 있기도 하죠. 후보 곁에 늘 붙어 있고, 차량도 함께 타다 보니 후보의 심기 경호를 하는 역할도 합니다. 대선 레이스에서 후보의 심리 상태를 관리하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이런 역할을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국회의원 개개인을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독립기관이 후보들의 안내나 경호를 하고 있다면 해당 의원은 유권자들이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걸까요? 여전히 의문입니다. 


  보통 대선 캠프나 당에서 직책을 배분할 때 국회의원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갑니다. 현직 의원이 직을 맡아야 의원실에 있는 보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당직자, 보좌진들에게 일을 시키기도 편리하기 때문이죠. 소위 '배지'가 아닌 사람들이 직을 맡을 경우 말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대선 후보의 수행과 경호까지 맡기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역 의원이 후보의 심기를 경호해주는 게 더 안전해서일까요? 가뜩이나 대선 후보 캠프에서 현역의원 줄 세우기 관행이 문제가 되는데,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필요 없는 분야까지 의원을 배치하는 건 의원 스스로 격을 낮추는 일이 아닌지 씁쓸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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