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이제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누구도 뽑기 싫은 '비호감 대선'이라고 말합니다. 정치부 기자인 제게도 '대체 누구를 뽑아야 하냐'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당선됐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보고자 합니다. 거대 양당 소속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그 대상입니다. 이들이 대선 레이스에서 보였던 문제점을 중심으로 집권했을 때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지 제 나름대로 예측해봤습니다. 최선이 아니면 덜 나쁜 쪽이라도 뽑아야겠죠. 그것도 아니라면 제3의 선택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각 후보들 진영에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그간 많은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집권 시 예상되는 문제를 이미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또다시 불행히 반복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편 가르기 정치'입니다.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늘 적을 설정하고 이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모아갔습니다. 그가 적폐로 규정하는 대상은 박근혜, 신천지, 검찰, 국민의힘, 일부 언론 등 광범위합니다. 그는 '기득권 대 반기득권' 구도를 만들면서 정치적인 이익을 취하곤 했습니다. 성남시장이었던 그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랬던 그가 대선을 10여 일 앞두고는 국민통합과 여야 통합 내각 구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이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 이후에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꼼수를 부린 바 있죠.
이 후보는 민주당이 갖고 있는 172석을 이용해 또다시 의회 폭거에 나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발에 부딪히자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그가 국회를 단순한 거수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큰 결격 사유입니다.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 없이 법안이 날치기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는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등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윤 후보 편에서 언론관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후보의 언론관은 더욱 심각한 편입니다. 이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언론에서 저를 맨날 욕만 한다. 전 요만한 게 이만하게 나온다. 상대방은 이만한 게 요만하게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지지자들은 즉각 '기레기'라고 야유하면서 기자들을 풍선으로 치거나 발로 툭툭 차는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이 후보 측 인사들은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쓰는 방송사의 재승인을 위협하거나 적폐 언론으로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 후보는 기사에 대한 열람 차단 청구권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을 찬성한 바 있죠. 언론도 오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열람 차단 청구나 징벌적 손배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비판 기사에 대해 재갈을 물리는 데 사용될 뿐이죠. 전 세계적으로 언론 단체에서 규탄 성명이 이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건전한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가재정을 대하는 이 후보의 태도도 걱정스럽습니다. 국가재정을 단순히 표를 얻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 후보는 평소 국가채무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최근 TV토론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는 다소 허황된 주장을 하면서 국가부채가 더 늘어도 괜찮다는 논지를 펼쳤습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코로나19 극복 등을 명분으로 국가부채 비율이 36%에서 50.3%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 후보의 견해는 위험해 보입니다.
이 후보가 말과 태도를 너무 자주 바꾸는 모습에서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해오다가 존경한다고 하고, 최근에는 "존경한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진짜인 줄 알더라"라고 말을 바꿉니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꾸는 그의 모습에서 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일관성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 후보가 '비주류 콤플렉스'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 후보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비주류' 또는 '변방의 장수'로 표현해왔습니다. 비주류 출신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 갇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서야 할 인물이 비주류라는 인식에 사로 잡혀 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겠죠.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유용 의혹 등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최근 불거진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무단 결제는 공직자로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자기 멋대로 쓰는데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이 안 된 것이죠. 특히 경기지사 시절은 그가 당내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었던 시기임을 생각한다면 본인과 가족 관리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습니다. 후보 본인을 둘러싼 사생활 의혹이 꾸준히 터져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