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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울 Mar 08. 2024

Ep 5. 여행을 마치며 깨달은 3가지

부모님과의 우당탕탕 여행기

2주간 여행을 하면서, 나를 시작으로 부모님이 모두 감기에 옮으셨다. 내가 괜찮아질 즈음 엄마의 몸 상태가 악화되었고, 여행이 끝날 즈음에는 아빠에게 감기가 옮겨가 여행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덕분에 놀멍쉬멍 여행을 이어갔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맛있는 것만 먹고 숙소에서 쉬는 여행도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여행 중간에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도 많았고, 감기와 맞물려 온전한 컨디션으로 여행을 마치지 못한 데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었기에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부모님에게 감사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숙소 예약부터 여행자 보험, 유심칩, 버스 예약 등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해외여행을 꽤 많이 다녔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다닌 적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래서 더 완벽한 여행을 만들고픈 욕심이 컸다. 하지만 몸 컨디션은 따라주지 않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주도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푹 쉬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힘에 부쳤고, 나만 스트레스를 인내하며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기를 쭉 작성하면서, 부모님이 나를 배려했던 순간들이 조금씩 보였다. 아빠는 향신료를 잘 먹지 못하는 나와 엄마를 위해 보고 싶은 것 또는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계셨다. 나와 엄마는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또 음식점의 위생을 신경 쓰는 편이다. 반면 아빠는 현지 음식을 최대한 경험해 보는 걸 좋아하고 야시장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엄마와 나는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하기 때문에 한 번도 야시장에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 또 여행 초반에는 나와 엄마가 많이 아팠기 때문에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이것저것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는 숙소에서 함께 쉬며 시간을 보냈다. 버스 예약 문제로 애를 먹을 때는 나와 함께 돌아다니며 해결책을 찾아주셨고, 입국신고서 때문에 내가 발을 동동 구를 때는 옆에서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여 주셨다. 그렇게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주신 아빠가 있었기에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두통과 감기로 여행 내내 고생했던 엄마도 아픈 몸을 이끌고 우리 장단에 맞춰 관광지를 함께 돌아다녔고, 나와 아빠가 말다툼을 할 때면 중간에서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중재해 주셨다. 한국에 돌아와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가 많으셨느냐"라고 물어보셨던 걸 보면 따로 말은 안 해도 마음고생을 꽤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쉽지 않았던 여정을 마쳤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 완벽한 여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버리자. 여행 중에 만날 인연과 사건을 마음에 품을 있도록 여유를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여행을 나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으니까. 둘째, 미리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말자.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 미리 걱정한다고 그 일이 당장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그 상황을 마주하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술술 풀리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 모두가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가끔 나만 애쓰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둘러보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에게 집중하느라 그들의 최선이 내게 잘 보이지 않을 뿐. 일상을 살면서도 마음에 꼭꼭 되새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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