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다른 길을 간 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세계 영화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할리우드 상업 영화는 대게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공식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다. 갇혀있던 디즈니 공주들은 왕자의 도움을 받아 그와 결혼하는 것이 이야기의 끝이었다. 악당들은 악당이 된 이유가 없었고 주인공은 항상 든든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할리우드 영화의 결말 트렌드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먼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던 주인공들이 가치관의 차이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을 확신하게 된 영화는 최근 개봉한 토이스토리 4였다. 4편은 지난 시리즈와 전혀 다른 질문과 앤딩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바로 전편인 3편에서는 장난감 친구들이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 관객과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번 4편에서는 주인공들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디는 장난감은 항상 주인과 함께 있어야 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우디는 여행을 다니는 보핍을 만나 버즈와 친구들을 떠나 광활한 우주 그 너머로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던 우디, 버즈, 앤디는 결국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디즈니가 전통적인 스토리 구성을 탈피하고 있다고 느꼈던 또 다른 영화는 <주먹왕, 랄프 2>이다. 1편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의 우정을 다짐하고 영화는 끝났다. 하지만 2편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성향 차이로 갈등을 빚는다. 랄프는 친구와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세계가 좋지만 친구 바넬로피는 더 크고 짜릿한 다른 큰 세상을 원한다. 랄프 또한 바넬로피를 붙잡는 것이 자신의 욕심이었고 바넬로피의 행복을 위해서 그녀는 더 큰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깨닫는다. 그렇게 두 주인공은 각자의 게임 속으로 돌아갔다. 두 주인공이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복을 비는 엔딩을 보여줌으로 디즈니는 관객에게 이것이 절대 새드 엔딩이 아님을 보여준다.
<어벤저스 : 엔딩 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러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이것은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스티브 로저스라는 한 사람의 꿈을 보여준다. 슈퍼히어로의 의무는 지구를 구하는 것이지만 그들도 인격체를 가진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새로운 엔딩 트렌드는 주인공들의 힘의 원천이라 믿었던 것들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과거 엔딩은 모든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고 마을을 지키며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결말이었다.
하지만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는 토르 힘의 원천인 망치와 아스가르드 왕궁이 파괴됐다. 하지만 오딘 왕은 아스가르드라는 왕국은 지역이 아닌 국민들이 있는 곳이라고 정의를 내렸고 그들은 지구에 NEW 아스가르드를 만들었다. 스타트렉 비욘드에서는 그들의 집과 같았던 우주선이 파괴된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우주선을 짓고 다시 모험을 떠난다.
무너지는 것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모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폐허를 떠나거나 새로운 거처를 지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너진 잔해와 경험을 토대로 더 단단하게 터를 쌓을 수 있다.
위의 영화들이 서로를 떠나거나 터전이 사라졌다 해서 새드엔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처럼 의무를 다 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고 랄프와 토이스토리처럼 서로를 위한 선택도 존중될 수 있다. 주인공들이 추구하고 원하는 삶을 선택해서 행복했다는 것이 새로운 Happily Ever After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함께한다고 항상 같은 미래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정착을 원하고 누군가는 넓은 세상을 원한다. 모두 각자 기준과 가치관이 있고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