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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Nov 09. 2023

모로코, 황금빛으로 물들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모로코에서 있었던 일... 1편 - 자연


0. 모로코, 갈 수 있을까..?

사실, 이 여행을 기획함에 있어서 갖은 고민이 있었다. 여러 가지 나의 사적인 스케줄과 비용 등도 고민의 대상이었지만, 얼마 전 있었던 모로코에서의 지진은 나의 이번 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이 아니면 사막을 체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나의 사적인 동기를 충족시켜 주었다. 또, 오히려 나와 같은 사람들의 관광이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회복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의 도덕적 양심마저도 납득시켰고, 남들이 핼러윈을 즐긴다는 10월 31일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의 그 결정은 어느새 네덜란드에 돌아온 내게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선물해 주었다. 후회 없는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자연

-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위대함을 온전히 느끼고 오다


1)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모래의 향연

지금이야, 우리는 그램이니, 맥북이니 하는 노트북을 주로 사용하곤 하지만 어릴 적 뚱뚱한 본체를 가진 컴퓨터를 쓰곤 했었다. 컴퓨터를 켜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윈도 배경화면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내가 좋아한 화면 중 하나가 바로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는 태양이 내리쮜는 사막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내가 그 한복판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하도 쩝쩝거려서 '쩝쩝이'... 그러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귀여운 친구다

생애 처음 보는 야생에서의 낙타에 올라타고, 나는 그토록 꿈꾸던 또 하나의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가끔 트림도 하고 침을 뱉긴 하지만, 생각보다 귀여운 낙타에게는 '쩝쩝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속눈썹이 길고 아름다웠던 그 친구와 함께 사막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었고, 높고 낮은 모래언덕들을 넘나들며 사하라 사막의 많은 곳을 다녔다. 


동서남북 모든 곳이 모래언덕들로 둘러싸이는 체험은, 나에게 오묘하고도 기분 좋은 고립감을 선물해 줬다. 이 세상 그 어떤 문명이나 사람들과도 단절되어, 오롯이 나 혼자 만이 내던져진 느낌... 이런 기분을 안전한 투어 속에서 느낄 수 있다니 이는 분명 정말로 큰 행운이었다. 


2) 내 친구 '쩝쩝이'를 따라가다 마주친, 아스라히 비치던 석양

한 번은 그 친구가 가장 높은 모래언덕 꼭대기 쪽으로 나를 안내해 줬다. 보기에도 힘겨워보이는 언덕을 올라간 후, 나는 일명 '샌드보드'라는 썰매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었다. 재밌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황금빛 석양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전통의상인 젤라바를 입은 채, 하루동안 얼굴을 감싸며 보호해 주던 두건을 머리 뒤로 바람에 펄럭이자 알라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신비로운 기분

3) 밤하늘을 수놓은 하얀 반짝임들 

낮의 시간만을 즐기러 이곳, 아프리카 모로코까지 온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사막이 감춰두었던 진짜 장관은, 강렬한 태양이 그 몸을 숨기고 우리가 지구와 표면적을 최대한 넓히며 평행하게 몸을 뉘었을 때 시작된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다 같이 즐기는 별들의 축제

곱디고운 모래바닥에 누워보면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수백, 수천 아니 수십만 개의 별들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때부터는 오롯이 밤하늘을 감상하는 일만 남는다. 

감상하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사진을 남겨주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평안하게 앉아있는 친구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연코 밤하늘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맨바닥에 누워서 까만 도화지에 흩뿌려져 있는 반짝이들을 그 자체로 온전히 감상하는 것이다. 새하얀 은하수와 새까만 밤하늘 사이의 단란한 조화를 보고 있자면, 눈시울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별들을 보고 있다 보면, 내 마음속에서도 누군가가 팔레트를 꺼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아마, '나'라는 이름을 한 화백은 찰나의 별똥별을 보면서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그려냈던 것 같다.




2. 사람

- 우리나라 못지않게 '정'이 많았던 사람들


to be continued.. :) 

다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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