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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엄마 Sep 17. 2021

배반의 여름

아이는 배반을 통해 성장한다

박완서 저 | 문학동네 |

1. 줄거리

서울 변두리에 사는 일곱 살의 소년인 ‘나’는 뒤를 따라다니는 동생이 성가셔서 따돌리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 누이동생이 개천에 빠져 죽는다. 그 일로 나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물을 무서워한다. 이듬해 여름, 사립초등학교 수위와 친구인 아버지를 따라 학교에 갔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나를 학교 풀에 빠뜨리는 바람에 허우적거리다 겨우 빠져나온다. 나와 보니 깊이가 목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나는 처음엔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수영을 익히면서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앙심도 풀린다. 국민학교 2학년, 우리 집은 땅값이 올라 형편이 좋아진다. 아버지는 취직을 하고, 금빛 단추가 달리고, 소맷부리와 모자에 금줄을 두른 복장을 하고 다닌다. 나는 아버지를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다른 사람의 아버지는 ‘쪼오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름방학이 되어 아버지 직장에 따라간 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건물 입구에서 들어오는 ‘쪼오다’들을 향해 ‘경례’를 올려붙이는 수위인 것을 알고는 크게 실망을 한다. 고등학생이 된 내게 아버지 대신 ‘전구라’ 선생이라는 새로운 우상이 생긴다. 그의 책과 가치관에 흠뻑 빠진 나는 방에 그의 사진을 붙여놓고 공부에 몰두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와 그의 사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비난하는 말을 내뱉는다. 내가 아버지의 말에 반박을 하려 하자, 아버지는 자기 경험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친구와 급하게 택시를 잡다가 전 구라에게 새치기를 당했고, 그와 다툼이 일어났는데, 순경이 달려오고, 아버지 친구는 유치장에 갇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친구를 구해내기 위해 아버지는 전구라의 집에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러나 전구라는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전화를 해 가며 오히려 따끔한 맛을 보여주라 할 뿐이다.

그때 아버지의 눈에 그 집 재떨이에 수북한 양담배 꽁초가 보였다. 당시는 양담배를 피우면 엄청난 벌금에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때였다. 아버지가 그 꽁초를 모두 주머니에 털어놓고 의기양양하게 나오려고 하자, 얼굴이 사색이 된 전구라는 그 양담배 꽁초와 아버지 친구에 대한 고소취하장을 맞바꾸자고 하더란다. 아버지 친구는 그래서 바로 풀려날 수 있었고, 전구라는 바로 그런 작자라고. 아버지가 나를 풀 속으로 팽개쳤을 때 허우적대다 방바닥을 딛기까지는 순식간이었고, 아버지가 자신의 우상을 스스로 깨뜨리고 나를 자동문 밖으로 팽개쳤을 때 허우적대다가 설 자리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곰순이의 감상

엄마는 항상 내가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뭐라고 하신다. 물론 좋은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핸드폰으로 나의 우상을 보고 있었던 것뿐이다. 요즘 나의 우상은 BJ‘박민수’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사람은 멋지고, 유쾌하고, 조언도 잘해주는 완벽한 사람인데, 만약에 배반의 여름에서처럼 우상인 ‘박민수’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배반을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서 실망을 느꼈다면 꽤 오랫동안 힘들고 새로운 우상을 찾는 것도 겁이 날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다행인 것은 난 아직까지 아빠에게 배반을 당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3. 곰엄마의 감상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 되돌아본다거나 동일한 일들을 겪게 되었을 때 느낌은 사뭇 다르다. 너무나 넓고 커다랗던 아빠의 어깨도 그렇고, 굉장히 넓어 보였던 초등학교 운동장도 그렇고. 내가 우러러봤던 것들에 대해 ‘배반’의 감정을 느끼면서, 아니 굳이 ‘배반’의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망스럽게 그 상황을 넘기며 커버린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하지만 그 실망과 배반의 감정이 숫자로만 늘어가는 나이에 오롯이 스며들어 어른답게 ‘나’를 키운 듯하다. ‘세상이 이러하니, 나는 어떠해야겠다’ 혹은 ‘세상은 내 맘 같지 않구나’ 이런 다짐들과 느낌들은 어느 정도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우리 딸이 겪을 많은 배반을 응원한다.  

   

#1. 배신이 없는 영원한 동지. 지구의 유일한 인간의 이름 ‘부모’이다. 인생은 종착이 없는 ‘과정’만이 있다. 이 인생 여정 곳곳이 ‘기회’이고.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장애물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전략과 전술의 지침서는 ‘부모’의 생활양식이고, 또 하나는 ‘책’이다.

#2. 내가 작고, 세계 속에서 ‘어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상’을 만든다. 어쩌면 ‘종교’도 그런 맥락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의 우상 ‘아버지’, 그 또한 지구에 사는 ‘사람’이지 전지한 능력의 슈퍼맨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부족한 나의 능력을 얹고 싶은 마음에서 영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몰론 어린 ‘나’의 시선이기 때문에 영웅으로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허상=영웅을 만들었던 ‘나’

#3. ‘우상’은 외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 우상은 ‘나’ 자신의 성장과 한계를 극복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배반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말이다. 동경의 대상은 만들어도 이 지구 상의 우상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이다.

#4. ‘나’의 아버지 –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어린 ‘나’에게 ‘아름다운 배반’의 시간으로 키우셨다. 아버지 또한 배반을 경험하셨을 것이다. 세상을 알아가는 ‘아름다운 배반’ 이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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