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갈까마귀 카프카

검은 갈까마귀 카프카


그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7.3. -1924.6.3)라는 이름으로 살아간 유대계 체코인이었다. 그의 이름 중에서 ‘프란츠’는 그에게 주어진 이름(Given Name)이었고, ‘카프카’(Kafka)는 그의 일족들이 사용하는 이름(Family Name)이었다. ‘카프카’(Kafka)는 체코어에서 ‘kavka’에 가까운 단어로 ‘갈까마귀’ (jackdaw)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 것 같다. 그를 카프카라고 부를 때면 부리조차 새까만 까마귀 한 마리가 연상되는 것은.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를 ‘프란츠’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갈까마귀(jackdaw).JPG 갈까마귀(Jackdaw)

체코와 카프카, 그리고 검은 까마귀와 프라하, 이들 사이에는 결코 풀리지 않을 인연의 끈이 처음부터 단단하게 매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 들판에 그날, 무리를 지어 떠다녔던 검은 반점이란 게,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꼬박거렸던 선잠이 흘려 놓은 자국은 아니었을까.”

“그날 떼를 지은 까마귀들의 낮은 비행은 제 몸 쉬어갈 곳을 찾으려는 안타까운 몸짓은 아니었을까.”


Franz Kafka.JPG 사망하기 한 해 전의 프란츠 카프카(1923)Franz Kafka(1883.7.3 - 1924.6.3)


지금도 여전히 카프카의 작품 속을 살아가고 있는 ‘카프카 자신일 수도 있는 그들’과, 체코의 들판에서 만났던 까마귀의 관계에서 뭔가 은밀한 냄새가 풍겨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비록 그때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었지만 뒤 늦어진 기억 속을 날아다니고 있는 검은 까마귀와, 하나의 개체로 그곳에 있긴 했지만 자신의 실존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던 카프카는, 바람 많은 체코의 들판에서 제 몸 쉬어갈 곳을 찾지 못한 채로 하염없이 날아다녀야만 하는, 어쩌면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살아가는 것에 과부하를 걸어 버렸기에 들판의 허공을 불안정하게 떠다니는 상태로, 그날 나와 같이 프라하로 들어선 것일 수 있다.

집밖을 나섰다는 게, 늘 그렇지만, 그날도 예기치 못한 자질구레한 일들 때문에 밤이 깊어진 후에야 프라하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긴 이동에 여행 가방만큼이나 무거워진 몸을 일으키다가 검은 어둠을 겨우 밝히고 있는 길 건너편 가로등 불빛 아래에 문득 인 작은 바스락거림에 눈길을 빼앗겼던 것 같다.


바람이 불었을 수도 있고 키 작은 나무가 흔들렸을 수도 있다. 의심조차 호기심이라고 우기며 살아온 삶의 본능은 그곳에서 바람의 흔적을 찾아내려 했지만, 그곳엔 몸을 웅크린 채 가로등 불빛에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검은 점박이 뭉치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때로는 늦게 알게 되는 것이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그곳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검은 점박이 뭉치는, 8시간이 넘는 찻길을 따라 날개를 퍼덕이다가 지쳐버린 검은 까마귀이기도,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검은 슈트의 카프카이기도 했다. 그날, 그 긴 시간 동안, 검은 몸뚱이의 까마귀와 검은 슈트의 카프카는 줄곧 나의 곁을 따라왔던 것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제대로 알게 되는 것보다 모른 채로 지나가는 것이 좋은 것도 있다는 것을.


사람의 기억은 실체 희미한 현상에게도 ‘사실’이란 이름표를 달아 붙이곤 한다. 또한 지혜란 것은 그것들에게서 건져낸 묵은 현상들과, 가물가물 희미해졌지만 실재했었다고 믿어지는 언젠가의 그것들을 실마리로, 채색과 변형을 거쳐 새롭게 구성해 낸 현재의 환영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지나간 것의 실체와 본질은 언제나 흐린 날의 그림자와 같은 것일 뿐이다.


나에게 있어 카프카는 그런 본질인 것일까. 그날 체코의 누런 들판을 날아다니던, 그래서 아직 나를 쫓아오고 있는 까마귀의 검은 날갯짓 같은 현상인 것일까. 내가 카프카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를 여전히 좇고 있는 것은, 그에게서 반항과 재창조라는, 그래서 실존에 한 걸음 더 가가서려는,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인 걸까.


카프카(1883-1924) 탄생 125주년 기념우표(2008)

카프카탄생125주년기념우표(독일).JPG Stamp of Deutsche Post AG, 125 Birth of Franz Kafka

투박하고 각진 검은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흑백의 한 사내를 통해 카프카와, 카프카의 작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Deutschland(도이칠란트)는 독일(Germany)의 독일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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