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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닛 워커 May 29. 2021

성냥팔이 소녀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날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고, 눈발도 흩날리기 시작했어요. 

  그 해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죠. 

  춥고 어두운 길을 가난한 여자아이가 걸어가고 있었어요.


 집에서 나올 때는 낡은 구두를 신고 있었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빨간색 실을 섞어서 떠 주신 여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팔에 걸려있는 바구니에는 성냥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소녀는 길을 건너다가 마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바람에 피하다가 그만 넘어졌고 양쪽 신발이 벗겨졌어요. 


  한 짝은 어디로 갔는지 아예 사라져 버렸고, 한 짝은 떠돌이 꼬마 녀석이 주워 들고 달아나 버렸어요. 


   그래서 어린 여자아이는 할 수없이 맨 발로 걸어가는 것이었어요. 

   조그만 두 발은 얼어서 빨개졌어요. 


  하지만 주위가 더 어두워지도록 아무도 성냥을 사 주지 않았고 동전 한 푼도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여자아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겨우겨우 걸었어요. 그 가여운 모습은 정말 슬픔 그 자체였어요. 

  거리에서 바라보이는 창문마다 모두 예쁜 트리가 반짝거리고 있었고, 음식 냄새가 맛있게 퍼졌어요.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이니까요. 


 그래요, 여자아이도 그 생각을 했어요.


 

  여자아이는 길모퉁이의 움푹한 구석에  앉아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온 몸을 작게 웅크렸어요.

  날은 점점 더 추워졌지만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성냥을 하나도 팔지 못했으니 돈 한 푼 없이 돌아갔다간 틀림없이 아버지한테 매를 맞을 테고, 집도 춥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바람막이라곤 오직 지붕뿐이었고 아주 커다란 틈새들은 그나마 짚과 헝겊 쪼가리로 막혀 있었지만 여전히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그런 집이었으니까요.


  여자아이의 조그만 손은 추위에 얼어붙어 거의 감각이 없어졌어요. 


  아! 성냥 하나면 세상이 정말 포근해질 것 같은데요. 

  성냥 다발에서 딱 1개비만 꺼내 불을 켜기만 하면 손가락이 얼마나 따뜻할까요!


 여자아이는 성냥을 하나 뽑았어요.


   '치익!'


 불이 얼마나 뜨겁게, 얼마나 활활 타올랐는지 몰라요! 

 그건 정말 밝고 따뜻했어요. 작은 촛불 같았죠. 아이는 성냥불에 손을 갖다 댔어요. 

 그건 정말 놀라운 불꽃이었어요! 

 정말로 반짝이는 놋쇠 발과 놋쇠 뚜껑이 달린 커다란 쇠 난로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았거든요. 

  

 불꽃은 그렇게 축복처럼 아름답게 타올랐고, 정말 기분 좋게 따뜻했어요.

 어린 여자아이는 언 발을 녹이려고 불 쪽으로 발을 뻗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 작은 불꽃이 꺼져버렸어요. 난로도 사라졌어요. 

 손에 남은 건 고작 타다 남은 성냥개비뿐이었죠.


  여자아이는 다시 성냥을 하나 켰어요. 

 성냥이 눈부시게 타올랐어요. 

 그 빛이 벽에 닿자 벽이 얇은 천처럼 투명해지면서 평소에는 먹어 보지도 못했던 맛있는 음식들이 공중에 떠 있었어요.


 

 그리고 자두와 사과로 속을 채운 먹음직스러운 거위 구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거위가 등에 칼과 포크가 꽂힌 채로 커다란 접시째 불쌍한 여자아이에게로 다가오는 것이었어요.


 바로 그때 성냥불이 꺼졌어요. 

 여자아이 앞에는 다시 차갑고 두꺼운 벽만 남아 있었답니다.


  여자아이는 또다시 성냥을 켰어요. 

 이제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앉아 있었어요. 


  부자 상인의 집 유리문 너머로 본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장식도 훨씬 더 많이 달려 있었어요.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촛불들이 보였어요.



  어린 여자아이가 잡으려고 손을 뻗자 다시 성냥불이 꺼졌어요.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려 있던 촛불들은 하늘 높이 올라가 별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중 하나가 긴 불꽃 꼬리를 그리며 떨어졌어요.


  " 누가 죽었나 봐!"


  어린 여자아이가 말했어요. 

  별똥별이 떨어지면 누군가의 영혼이  하나님께 올라가는 거라고 할머니가 말했거든요.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아이를 사랑해 준 단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어요.


  아이는 또다시  성냥을 그었어요. 


  다시 불이 켜지고, 그 빛 속에 할머니가 서 있었어요. 

  너무나 눈부시게 밝고, 너무나 다정하고, 너무나 사랑 가득한 표정으로요. 


  "할머니!" 아, 할머니! 나도 데려가요! 성냥불이 꺼지면 할머니도 가버릴 거죠?"



  어린 여자아이가 외쳤어요.


  여자아이는 재빨리 남은 성냥을 모두 켰어요. 

 그렇게 하면 할머니를 곁에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성냥불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졌어요. 

 할머니가 이토록 크고 아름다워 보인 적은 없었어요. 


 할머니는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눈부신 빛과 기쁨에 싸인 채 높이, 아주 높이, 추위도 굶주림도 걱정도 없는 곳으로 날아 올라갔어요. 


  다음날 새벽, 어린 여자아이는 집 모퉁이에서 벽에 기대 웅크리고 앉은 채 꽁꽁 얼어붙어 있었어요. 

 손과 발은 추위에 파랗게 변해 있었지만 얼굴은 즐거운 꿈을 꾸듯 평온해 보였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요.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 얼어 죽은 거예요. 

 어린아이의 주변에는 재가 되어버린 성냥개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어요.

 



   "몸을 녹이려고 했던 모양이야!"

    사람들이 말했어요.


   그 아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을 보았는지 사람들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 아이가 얼마나 밝은 빛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새해를 맞는 기쁨을 누렸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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