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제인 Nov 05. 2023

컨셉에 충실한 아테네 사람들

그리스 아테네

우리나라에 단군신화가 있다면 그리스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유행일 때 마침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방대한 내용의 그리스 로마 신화였고 인물들의 관계도 매우 얽히고설켜있었기 때문에 파편적으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다. 바람둥이인 제우스와 질투가 많은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자식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태어나는 아기들을 꿀꺽 삼킨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 등 굉장히 창의적이고 디테일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가 성경처럼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고고학박물관에 있는 제우스/포세이돈 동상 (손에 들린 것이 번개인지 삼지창인지 몰라서 어떤 신인지 확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인물의 설정이나 그 이야기가 매우 디테일해서 어쩌면 사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테네에 갔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올림포스의 12 신들을 기리는 신전이 온전하지는 않지만 아테네 곳곳에 퍼져있고, 각 신전의 위치나 그 꾸밈새가 각 신들의 특징을 대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신전은 수니온 곶의 절벽 위에 우뚝 서있다. 마치 바다로부터 아테네 시민들을 지켜주기 위한 등대와 같은 역할 을 하는 것 같다. 아테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테네 도시의 수호신인 아테네의 신전은 아테네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수니온 곶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


비록 전쟁과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옛 모습을 많이 잃기는 했지만 그 웅장함이 어떠했을지는 신전 기둥 하나의 크기로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테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가야 하는 고대 그리스 도시인 ‘아크로 폴리스’는 높은 언덕 위 평평한 땅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아테네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네를 기리는 ‘파르테논 신전’을 볼 수도 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파르테논 신전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상징적인 장소인데, 그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고난을 겪어왔다. 화재와 해적들의 약탈에 노출되기도 하고, 기독교 교회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갖은 전쟁으로 수난을 겪으면서 파르테논 신전은 모스크로 사용되기도 했다. 신전 내부와 벽에 있는 멋진 조각들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약탈을 해가서 아테네보다 영국의 박물관들에서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고통 속에 시달린 파르테논 신전은 그냥 쓱 둘러보기에는 많은 상징과 재밌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더 많지만 여전히 웅장함을 자랑하는 아크로 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를 그냥 쓱 훑어보고 다니는 나와 달리 남편은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다운받아서 열심히 듣고 다녔다. 무료라고는 하지만 가이드의 퀄리티는 상당했는데, 나도 잠깐 들어보니 진짜 투어 가이드가 옆에 있는 것처럼 굉장히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퀄리티 높은 설명은 남편이 듣도록 하고 나는 남편에게서 요약정리된 설명 만을 듣는 꽤나 효율적인 투어를 진행했다.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파르테논 신전에 조각된 올림포스 12 신에 관한 것이었다.


신전 지붕에는 올림포스 12 신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 포도주, 광기, 황홀경, 연극의 신인 디오니소스만 지붕 꼭대기에 따로 조각되어 있다. 그 이유는 포도주에 취해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혼자만 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냥 올림포스 신을 주르륵 조각해도 됐었을 텐데 이렇게 컨셉까지 반영해서 조각을 했다는 것이 아테네 사람들이 얼마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지붕에 누워있는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을 빌려 인간의 삶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테네를 여행하면서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들을 신화로 설명할 수 있는 아테네를 거닐다 보면 내가 있는 곳이 현실 세계인지 가상현실인지 어디서부터 진짜이고 지어낸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런 묘한 매력이 아테네를 여행한 이후에 아테네를 더 생각나게 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테네의 그 아테네


매거진의 이전글 길가에 오렌지 나무라니, 낭만적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