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을 가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일정이 변경 되어 에어캐나다에 전화를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두근두근. 전화를 건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떨리고 뇌가 멎는 느낌이었다. 주사맞으러 가는 느낌으로 전화를 걸었다. 앗. 안 받는다... 무려 40분동안. 하지만 속으로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면서, 계속 안 받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결국 통화를 연결되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어쨌든 통화를 마무리하고 티켓도 변경은 했지만, 그 뒤로 고2 때 공부 하나도 안하고 중간고사 보느라 극렬한 스트레스에 이석증이 시작된 이후로 잠잠했던 이석증이 다시 찾아왔다. 이민 현타가 오면서 내가 가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압도감에 몸이 무너져내렸던 것 같다. 몇일을 토하고 누워있고 난리를 쳤다.
캐나다에 도착해서는 오히려 용감해졌는데, 한동안은 돈을 쓰기만 했기 때문에 모두가 친절했고, 심지어 한국말을 해도 찰떡같이 눈치로 알아듣는 케네디언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화 영어. 무조건 리스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나도 논리적으로 상대방이 알아 들을 수 있게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은 늘.. 내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왜 그냥 Yes, No 가 아니라 긴 문장으로 설명해 주는 걸까. 하하
그나마도 4년이 지나가자 많이 편해졌지만, 아직도 전화영어는 떨리고 긴장이 된다. 그런 전화 통화중, 자주 듣는 말을 소개하고 싶다. 캐나다는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서, 통화를 하다가 음성이 뚝뚝 끊기는 일이 매우 잦다. 그날도 전화가 뚝뚝 끊겼는지, 상대방에서 이렇게 말했다.
You're cutting off.
전화가 연결이 좋지 않아서 뚝뚝 끊겨서 무슨 말인지 못 들었을때, 이 말을 쓴다. 발음은 그냥 매우 짧고 흘려서 "여r 커링어F" (너무 웃긴데 이 이상 표현이 안되네요. 쿠하하하)
덧붙여서, "잘 안들려" 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
I hardly can hear you.
라고 하면 된다. 두 문장을 이어서도 많이 쓰는 것 같다. "끊겨서 잘 안들려요~" 정도의 뉘앙스가 될 것 같다. 단순한 말이지만 막상 하려면, 우리는 전화가 끊긴다고 생각하거나, 잘 안들리다는 표현을 hardly라는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날수도 있는데, 적어도 케네디언 현지인에게 들은 말이니까 많이.. 쓰이는 말일거라고 생각해본다. 우리 함께 외웁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