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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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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Oct 05. 2021

<검은태양>, 드라마 왕국의 재림을 예고하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MBC는 ‘드라마왕국’이었다.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며 배꼽을 잡으며 웃고는 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내가 처음으로 본방사수를 했던 드라마로, 아직도 여름만 되면 습관처럼 돌려본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MBC는 변변한 히트작을 내지 못해, 매년 연말 시상식 철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이대로 괜찮냐”며 걱정에 가까운 글들이 올라오고는 했다. 그러나 창사 60주년 특별 드라마 <검은태양>은 이런 시청자들의 우려를 한 번에 불식시켰다. MBC에서 배우, 작가, 감독의 조합이 완벽한 ‘대작’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검은태양>이 지닌 매력과 보완하면 좋을 점을 배우 및 캐릭터, 연출, 각본 측면에서 한 가지씩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기승전 남궁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 남궁민은 시청자들에게 ‘믿보배’로 불린다. 이는 ‘믿고 보는 배우’의 줄임말로, 그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나 최근 몇 년간 맡은 작품의 타율이 좋아서 붙은 별명이다. 어떤 캐릭터든 완전히 삼켜버리는 뛰어난 연기력도 ‘믿보배’라는 별명에 기여했다.

  드라마 <검은태양>은 주변 인물과 서사들보다는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연히 남궁민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원톱’ 드라마로, 그는 극의 중심을 잘 잡고 탄탄히 이끌어가고 있다.

  남궁민은 준비성이 매우 철저하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새로 맡은 배역 때문에 14kg 찌운 남궁민’이라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하루 6끼를 먹고 가혹한 운동을 견디며 감행한 벌크업은 첩보물에 실제감을 더했다. 남궁민이 등장하는 액션신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걸음걸이마저 전문 요원들이 걷는 팔자걸음으로 바뀐 디테일은 그가 얼마만큼 관찰력이 뛰어나고 극에 몰입했는지를 드러낸다. 사소한 행동, 말투 하나하나 모두 기억을 잃은 첩보 요원 ‘한지혁’에 녹아들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역시 남궁민’이라며 입을 모아 감탄했다. 하지만 단지 <검은태양>의 일회적인 성공뿐만이 아니라 그를 통한 MBC 드라마의 재기를 위해서는 ‘기승전 남궁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검은태양> 1회 캡처


  그런 면에서 배우 박하선이 맡은 조력자 ‘서수연’의 활약은 조금 아쉽다. 물론 첩보 드라마에 주변 인물에게 불필요한 서사가 부여되고 러브라인이 싹트는 주객전도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물의 행동과 감정선이 이해될 만큼의 적절한 설명은 필요할 것이다.

  서수연의 가발 같은 머리와 진한 메이크업은 첩보 드라마에 어울리기보다는 웹툰 속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다소 작위적인 스타일링이 드라마에 녹아들지 않고 붕 떠서 극의 몰입을 깬다. 연인을 잃은 후 심경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별의 아픔을 일차원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좀 더 극에 어울리도록 조절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검은 태양> 방영 이후에는 스핀오프로 서수연의 관점에서도 극을 펼친다고 한다. 외전을 내는 것도 충분히 좋은 시도지만. 본 방송에서도 인물 하나하나에 생생함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조연 캐릭터에도 조금 더 신경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 ‘열일’하는 연출


  <검은 태양>의 연출은 첩보물의 장점을 극대화해 예전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첫 번째 장점은 내용 이해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발견되기 전에 일어난 일들도 플래시백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주어 간단히 설명한다복잡하게 꼰다는 느낌 없이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보니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두 번째로 몰입감과 스케일이 크다. 1회에서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한지혁 요원에게 최면을 건 부분이 인상 깊었다가장 고통스러운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자 주변 사람과 시계까지 시공을 멈춘 듯 전부 멈추어 있다. ‘이게 SF 장르였나?’라는 의문이 드는 찰나 들리는 깨어나세요!!! 최면입니다!!!”, 그리고 번쩍 눈을 뜨며 숨을 크게 내뱉는 연출이 어우러져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2회에서는 추격전이 압권이었다위에서 찍은 드론샷근접샷을 적절하게 교차해서 보여주는 주행 장면은 땀을 쥐게 만들었다많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만큼드라마에서 처음 보는 스케일 큰 추격 장면이었다.


<검은태양> 2회 캡처


  다만드라마 속의 음향이 잘 들리지 않았다. WAVVE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를 감상했는데, 다른 드라마를 볼 때보다 소리를 1.5배가량 키우고 들었다. 건조한 톤의 대사가 많아 내용이 계속 웅얼거리듯이 들려, 뒤로 가기를 누르며 정보를 파악했다. 특히 연변 사투리를 쓰는 장면은 밑에 자막을 살짝 추가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바로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플랫폼을 사용해도 이 정도라면, 본 방송으로 보는 시청자들은 꽤나 불편했을 것 같다. 커뮤니티 반응을 검색해보니 “대사가 안 들려 눈치껏 이해했다”는 반응이 꽤나 많았다.

  최근 ‘딕션 좋은 배우’라는 클립이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을 정도로, 발음을 뜻하는 ‘딕션’은 많은 시청자들 사이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사를 이해하는 데 불필요한 신경이 쓰이면 극의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사가 씹히는 부분들이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셋째액션과 폭력의 줄타기대본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다.”라는 말이 있다배우의 연기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매우 중요하지만 대본이 탄탄하지 못하면 훌륭한 연기와 연출도 졸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검은태양>의 각본은 트렌디하거나 세련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첩보 요원이 과거의 행적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잊어버렸던 기억을 찾는다는 설정은 첩보물계의 고전인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내부 첩자’ 역시 해외 영화에서는 익숙한 클리셰다그러나 위의 요소들을 한국 드라마에 도입하니 새롭게 느껴진다그렇기에 <검은 태양>은 묵직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절대 ‘촌스럽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검은태양> 2회 캡처


  그런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액션과 폭력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액션은 흥미를 유발하고 카타르시스를 준다면, 폭력은 불쾌감과 공포를 안긴다. 그런 면에서 모스 부호 신호를 읽어내 과거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 두목을 뒤쫓는 카 체이싱 장면은 ‘액션’이었다. 다른 양산형 드라마와의 차별점이 만들어지고, 극의 퍼즐이 끼워 맞춰지는 부분이었다. 반면 경찰서에 잠입하여 경찰들을 모조리 처리하는 장면은 ‘폭력’이었으며, 불법체류 자진 신고를 하는 척 건물에 잠입한다는 점에서 개연성도 다소 떨어졌다. ‘저 한 명 빼내자고 저렇게 다 없애버린다고? 경찰은 당하기만 하고?’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극의 전개에 필요한 부분도 아니었고, 사건이 꼭 그렇게 진행되어야 했을 당위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극적 허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폭력’보다는 ‘액션’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로 극을 촘촘히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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