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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다섯 번째 생일

내일을 밝혀주는 다섯 번째 촛불

by 우주아빠

우주가 다섯 살이 되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자기 생일을 정확히 알고,

갖고 싶은 선물도 말하고,

며칠을 남겨두고 기다리다가

밤마다 설레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아이의 자라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아내의 휴일과 우주의 생일이 겹쳐

작게나마 가족 여행을 떠났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집에서 가까우면서 실내 수영장이 있고

아침 조식까지 챙겨주는 숙소를 예약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그게 가장 큰 선물이니까.

유치원에서 일찍 하원한 우주는

선생님께도 오늘의 계획을 자랑처럼 말하고,

차 안에서도 도착할 때까지 들뜬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이가 기뻐하는 날은

차창 밖 풍경도 더 반짝여 보인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작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방에 들어서자 우주는 작은 세상을 얻은 듯

방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이는 가장 정직한 여행자다.

좋은 곳은 눈으로 먼저 알아본다.”

그 말이 떠올랐다.

곧장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조금 낀 수영복이 아이가 훌쩍 자랐음을 알려준다.

아빠 품에 안겨 물 위를 오가며

우주는 두려움보다 재미를 먼저 배웠다.

작은 아이 전용 풀에서는

목욕하듯 몸을 담그며 한참을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다 사라졌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준비해 둔 풍선을 꺼내

우주와 함께 하나하나 불었다.

작은 입으로 힘껏 바람을 불어넣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 자체가 선물 같았다.

벽에 풍선을 붙이고,

‘Happy Birthday’ 글자를 걸며

가족 모두가 함께 꾸민 작은 무대.

우주는 자기 손으로 장식한 방을 바라보다가

“너무너무 좋다!” 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 말 한마디에 방 안이 더 따뜻해졌다.

저녁엔 잠시 아이가 잠들었고,

그 사이 아내와 와인 한 잔을 나누었다.

신혼 이후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 같았다.

“사랑은 결국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그 시간이 참 고마웠다.


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고

작은 케이크에 초를 켜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족욕도 하고, 아내와 함께 사진도 남겼다.

우주 덕분에 다시 가족이 되고,

다시 연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밤에는 욕조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손발이 퉁퉁 불어 오르도록 신나게 놀았다.

그 모습이 참 대견하면서도 귀여웠다.


다음 날 아침, 창가에서 함께 조식을 먹으며

아내와 농담처럼 말했다.

“우주의 생일이 자주였으면 좋겠다.”

우주야, 다섯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네 덕분에 아빠와 엄마는

더 좋은 시간을, 더 큰 사랑을 배우고 있단다.

앞으로도 매년 너의 생일이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축제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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