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에 담긴 여름의 노래
8월의 끝자락, 금요일 부모님께 아이를 부탁드렸다
미사에 함께 사는 부모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주는, 아마도 할머니·할아버지의 품 안에서 더없이 귀한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토요일 낮, 아이를 데리러 부모님 집 문을 열자마자 작은 발자국 소리가 달려왔다.
“아빠!” 하고 외치며 두 팔을 벌려 안기는 순간,
습하고 무거웠던 여름 공기는 단숨에 맑아졌다.
아이의 품은 늘 그렇다. 기다림을 기쁨으로 바꾸고,
지친 하루를 새로운 계절로 물들이는 힘이 있다.
우주와 함께 향한 첫 번째 모험은 부모님 댁 근처의 앵무새 카페였다. 알록달록한 새들이 날갯짓하며 맞이하자, 우주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손에 먹이를 들고도 쉽게 내밀지 못하고, 아빠 뒤로 숨었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새를 머리 위에 올려주겠다는 사장님의 제안에도 겁이 나서 고개를 저었지만, 작은 목소리로 “안녕?” 하고 새에게 말을 걸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구가 되었다. 새의 노랫소리와 아이의 재잘거림이 겹쳐져, 카페 안은 작은 숲처럼 따뜻해졌다.
나 역시 아이처럼 설렜다.
처음으로 손끝에 새를 올려놓고 먹이를 건네니,
마치 어린 시절 꿈속 장면이 현실이 된 듯 즐거웠다.
90분은 순식간에 흘렀고, 우주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카페를 나와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게임방.
작은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화면 속 좀비와 곰을 물리치는 모습은 의젓하면서도 귀여웠다.
에어하키에서는 플라스틱 퍽이 골대에 들어갈 때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그 환호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한 순간이 기쁨으로 완성되었다는 증거였다.
저녁은 집 근처 삼겹살집에서.
불판 위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아이의 얼굴에도 고운 빛이 번졌다.
작게 잘라 입에 넣어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는다. 그 웃음은 고기보다 더 뜨겁고,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일요일 아침, “오늘 공연 보러 갈 사람 손!” 하고 물으니 우주는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을 번쩍 들며 ”저요!” 하고 외쳤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뮤지컬. <할머니의 여름휴가>. 극장은 가득 차 있었지만, 아이의 눈은 오직 무대만을 향해 있었다.
노래와 장치가 어우러지는 순간마다 우주는 몸을 들썩였고, 배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때마다 얼굴에 별빛 같은 웃음이 번졌다.
공연이 끝난 뒤, 아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재미있었어”라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아이의 진심과 충만한 행복이 다 들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우주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지하철은 무슨 색이야?”
“운전하는 사람은 어디 있어?”
“왼쪽으로 내려? 오른쪽으로 내려?”
호기심 어린 질문 하나하나가 작은 등불처럼 마음을 밝혀주었다.
세상은 아직 아이에게 거대한 수수께끼,
나는 그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가는 동행자였다.
그날 밤, 나는 생각했다.
아이와 나눈 대화와 웃음, 그 작은 순간들이 언젠가 아이의 시선을 키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될 거라고.
그리고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그 옆에서 늘 귀 기울이고 웃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우주야, 이번 주말도 우리 둘만의 여름 노래처럼 반짝였어. 아빠는 네가 있어서 웃고, 네가 있어서 행복하단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