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마음이 가르쳐준 큰 깨달음
아침 공기가 유난히 설레던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파란 옷을 맞춰 입고 손을 잡으니, 작은 의식처럼
마음이 단정해졌다. 오늘은 우주의 첫 운동회. 이름표 하나를 가슴에 붙이는 순간, ‘학부모’라는 이름이 어깨에 놓였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흰색과 파란색으로 물든
작은 행렬이 이어졌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축제였다. 강당 안에 들어서니 음악이 쿵쿵 울려 퍼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합쳐져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우주는 청군이었다. 줄다리기, 공 던지기,
계주 달리기, 원형 댄스까지. 유치원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정성스러웠다. 작은 몸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를 누비는 듯, 부모 마음에는 감사가 고였다.
그러나 갑자기 우주가 고개를 저었다. 어떤 경기도 나가지 않겠다며 발을 꾹 붙이고 서 있었다. 아내도, 선생님도 애써 다가왔지만 우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낯선 시선
속에서 아이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마음은 안타까웠지만, 억지로 끌어낼 수는 없었다. 참여하지 못했지만 청군은 우승을 차지했고, 우주는 결과 속에서 다시 웃음을 찾았다. 과정이
다르더라도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공동체의 힘이라는 것을 아이는 조용히 알려주었다.
옆집 형은 계주에서 달리다 넘어져 눈물을 쏟았다.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바랐다. 이 작은 눈물이 오래 남지 않기를. 아이들은 늘 울음을 웃음으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운동회가 끝나자 옆집 가족이 먼저 점심을 제안해 주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떼를 쓰던 우주도, 눈물짓던 형도 앞서 달리며
웃었다. 금세 회복하는 아이들의 속도에 어른들은 감탄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하루는, 어른들의
한 달을 치유할 만큼 빠르게 빛난다.
오후에는 뽀로로 테마파크에서 세 시간 동안
뛰놀았다. 저녁에는 꽃게 파티가 이어졌다.
웃음과 배려, 나눔이 가득한 자리에서 하루가
축제처럼 완성되었다.
파란 옷으로 시작한 운동회는 눈물과 웃음, 망설임과 회복, 그리고 나눔으로 이어졌다. 부모가 준비한 건 휴가와 파란 옷뿐이었지만, 아이와 이웃이
더해주어 하루는 훨씬 더 풍성해졌다.
아이의 작은 마음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했다. 삶은 언제든 멈출 수 있지만, 다시 웃고 달릴 힘 또한 우리 안에 늘 준비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진리를,
아이는 오늘도 몸으로 증명해 주었다.
우주야. 덕분에 행복했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