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에 대하여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20살이 되면서 초보 어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이번 주 혼인신고를 하면서 정식으로 유부의 길에 들어섰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은 원 가정에서 분리되는 한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 결혼 선배와 이야기할 때 원 가정으로부터의 독립할 때 결혼식보다 마음이 더 싱숭생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번이고 공감한다. 몇 주 전부터 마음의 헛헛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는데,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과 보내던 화목한 분위기가 눈앞에 선명한데 이제 그 순간이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가족이 한 명 더 들어오는 것이라고 너무 유념하지 말라며 오히려 어머님이 나를 더 독려했는데,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또 다른 형제들과 군대를 제외하고는 따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더 신경 쓰였다.
아버지, 형, 동생, 나 4명에서 같이 조기 축구에 나가 축구를 하고 돌아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밥을 먹으라며 깨우는 어머니의 잔소리, 명절에 차를 타고 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이따금 어머니와 새벽까지 도란도란 나누던 담소, 프로그램에 대한 열띤 토론, 교회학교 교사를 하며 겪는 일에 대한 이야기, 형제들과 함께 하던 컴퓨터 게임, 다 같이 영화를 보는 몽글몽글한 시간. 마음에 남는 순간이 많이 있다.
몇 달 전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생각났다. 산을 깎아 만든 탓에 경사가 있던 우리 동네, 퇴근하고 오시는 어머니 아버지를 어린 삼 형제가 쪼르르 쪼그려 앉아 길에서 기다리던 아련한 기억. 장성하며 기억의 너머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머리 위로 피어올랐다.
사랑을 배웠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법을 배웠고, 베푸는 법을 배웠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무한한 사랑으로 품어주시던 어머니, 한 없는 부드러움으로 우리를 감싸주시던 아버지, 무뚝뚝하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며 여러 부분에서 배려하며 챙겨주던 형,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막내까지, 나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다.
지금 아내를 그만큼 사랑하기에, 우리 원 가족처럼 내 가정도 가꿔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어머니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던 아버지처럼, 나도 아내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겠노라 생각해 본다. 깊이를 잴 수 없는 사랑을 받아봤기에, 줄 수 있음을 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독립한 첫날 밤, 울었다. 가족에게 잘하지 못한 것이 유독 생각나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토끼같이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행복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를 발견했다. 이제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아내다. 남은 여생을 나는 아내에게 걸었다.
아직은 헛헛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한다. 원 가족으로 본다면, 새로운 가족이 들어온 것이고 우리 가정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작이다. 다른 삶의 패턴에 적응해 나가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 중이다.
행복은 추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을 온전히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현재의 행복을 발견해 만끽하길 기도한다.